3代 독립운동가 오희옥 지사 고향집 마련

90살이 넘은 한 독립운동지사의 작지만 간절한 이 소망이 경기도 용인시민과 공무원에 의해 현실화됐다.

용인시는 오는 11일 처인구 원삼면 죽능리 527-5번지에서 용인 출신 독립운동가 오희옥(91·여) 지사가 여생을 보낼 주거지 건립 공사를 시작한다.

오 지사는 용인시 원삼면이 모두 고향인 3대 독립운동가 집안 출신이다.

할아버지 오인수 의병장은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하다가 일본군에게 잡혀 서대문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르고 나서 만주로 건너가 독립운동을 이어갔다.

아버지 오광선 장군은 1915년 만주로 건너가 신흥무관학교를 졸업하고 대한독립군단 중대장, 광복군 장군으로 활약했다.

만주에서 태어난 오 지사도 10살 어린 나이에 중국 류저우(柳州) 한국광복진선청년공작대에 입대해 첩보수집과 일본군 내 한국인 사병을 탈출시키는 등 광복군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오 지사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1990년 정부로부터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다.

슬하에 아들 둘, 딸 하나를 둔 오 지사는 현재 수원보훈복지타운 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다.

그는 올 2월 28일 3·1절을 앞두고 집을 찾아간 연합뉴스 기자에게 독립운동 활동에 관해 이야기하고 나서 "이젠 고향으로 돌아가 살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내비쳤다.

오 지사는 "청년들에게 싼 집도 마련해 주고, 가난한 사람 찾아가 집도 지어주고 하는데, 우리 독립운동가들에게도 고향에서 살만한 조그만 집이라도 마련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 지사의 이런 소망은 용인시민과 공무원의 마음을 움직였다.

정찬민 용인시장이 "오 지사를 모셔올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보라"고 지시하면서 용인시가 독립운동가 고향 모셔오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한상영 원삼면장이 해주 오씨 종중을 찾아가 오 지사를 모셔올 방법을 상의했고, 이에 종중에서 집을 지을 땅을 무상으로 제공했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면서 용인시민도 너도나도 오 지사 모셔오기에 동참했다. 
용인 관내 건축 업체들까지 재능 기부를 통해 무상으로 집을 지어주겠다며 선뜻 나섰다.

유원건축사사무소와 세화E&C가 건축과 토목설계를 맡았다. 인창건설(토목시공), 네이코스엔지니어링(조경), 승원엔지니어링(설비), 매일전기(전기설비), 세이프로드(울타리공사)가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용인시 공무원들도 십시일반 2천133만원을 모았고, 용인독립운동기념사업회도 후원금 100만원을 보탰다.

용인지역 한 아파트 건설업체가 나서서 "집 짓는 모든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제안하기도 했지만 시민의 힘을 모아 오 지사를 모셔오자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 용인시가 이 제안을 정중히 거절했다.

해주 오씨 종중은 무상으로 땅을 기부한 것도 모자라 주택 건설을 위해 밭을 대지로 전환하면서 농지전용부담금(1천300만원)까지 납부했다.

이 가운데 500만원은 원삼면 기관단체협의회가 보탰다.

용인시 관계자는 "오 지사를 고향으로 모셔오기 위해 용인시 전체가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 꿈을 이뤄드리게 됐다"면서 "한평생 나라를 위해 애쓰신 애국지사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오 지사가 생활하게 될 집은 현재 건축설계가 끝난 상태다.

설계에 따르면 대지 면적 720㎡에 건축 연면적 73㎡, 1층 단독주택으로 건립된다. 오는 11일 공사를 시작해 늦어도 12월 안에 완공할 예정이다.

고향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은 꿈을 이루게 된 오 지사는 최근 "고향에 돌아갈 수 있도록 해준 종중과 용인시에 진심으로 감사하다"면서 "나라를 되찾겠다는 일념 하나로 살아왔고, 고향에서 마지막을 보내고 싶은 남은 꿈이 성사돼 너무 감격스럽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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