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흥식 전 수원시기획조정실장의 '공직 30년'

수원 프로야구 10구단 유치는 내 인생의 홈런
고인이 된 심재덕 최종현 가르침 항상 새겨
수원은 자원봉사자 많은 활발한 도시...
자발적인 참여 늘어날수록 역동성 커질 것

지난 10일 지방공직자 중에는 최고위직이라 할 수 있는 3급 부이사관으로 공직을 마감한 박흥식 전 수원시기획조정실장을 만났다. 수원시청 대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장에서 “정년퇴임을 하고 나면 부인이 어디를 가는지 무엇을 했는지 절대로 물어보지 말라고 했지만, 난 지금부터 묻지 않고 꼭 붙어 다니겠다”고 말해 강당을 가득 메운 공직자와 내·외빈들에게 웃음을 주었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염태영 시장은 축사를 통해“수원시의 ‘공직자상’으로 뛰어난 업무 기획능력으로 많은 난제들을 해결했다”고 말하며 “오늘 이 이별은 아름다운 이별”이라고 했다. 그의 '공직 30년'을 돌아본다.


30년 공직 생활을 마감한 심정은?


"1987년 수원시 공직자로 출발해 30년의 공직생활을 마무리하기까지 많은 사람을 접할 수 있었고, 대부분의 경우 내가 그 분들에게 도움이 된 것보다 도움을 받은 것이 많았다. 심재덕 전 시장은 많은 영감과 가르침을 주셨고, 공직생활 내내 그 가르침을 따르려 노력했다. 수원 발전기획단 운영을 하면서 뵙게 된 선경그룹의 최종현 전 회장의 수원 사랑과 수원의 변화를 위해 보여주신 뜨거운 열정도 잊을 수 없다. 공직 생활에 조금 더 적극적이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공직을 통해 얻은 지식과 경험, 인간관계를 수원발전을 위해 기여해야 한다고 다짐한다."

공직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았고, 아쉬운 일은
"문화교육국장 시절 프로야구 10구단을 유치했을 때의 일이 아닐까 싶다. 공직자 뿐 아니라 지역 정치인, 시민단체 그리고 시민 모두가 하나가 되어 목표를 위해 뛰었고 마침내 성취 할 수 있었다.어렵게 모셔온 고은시인께서 광교상수원 문제와 관련, 온당치 않은 대접을 받고 계신 일이다. 대한민국의 자랑인 고은시인을 지역의 지엽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활용카드로 이용하는 것은, 빈대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우는 것과 같다는 생각에 매우 안타깝다.
"

공무원이 되고자 한 동기는?


"수학(數學)에 자신이 없어서 수학을 치르는 9급 대신 7급 공무원 시험을 봐 1987년 공직을 시작했다. 공보담당관, 재난안전관리과장, 자치행정과장, 문화교육국장, 팔달구청장, 수원시의회사무국장을 거쳐 올 1월 기획조정실장으로 임무를 다했다.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유공과 2011년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유공으로 대통령표창을 2회 받았다."
   
수원이란?


"수원에서 태어나 자라고 학교를 다니면서, 화홍문화제는 신선한 충격이었고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되는 큰 기쁨(?)과 직접참여 할 때의 흥분감은 지금도 잊혀 지지 않는다. 많은 시민들이 바라보는 가운데 차전놀이를 시연 할 때의 짜릿한 쾌감과 학교 밴드부들이 행진을 할 때는 얼마나 흥분 되었던지. 지금은 화성문화제라는 이름으로 54회째를 맞이하고 있지만 행사를 할 때 마다 어린이, 학생들을 보면 저들도 나와 같은 심정이리라 넘겨짚게 된다. 2011년 전국 새마을지도자대회가 끝난 뒤 염태영 시장과 함께 찾아뵌 이재창 중앙회장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관선시절 남영우 시장(64~71년 재임)시절의 여러 가지 일화를 소개하면서 인문도시 수원을 강조하셨고 염시장도 뜻을 같이 했다. 초대 민선시장이신 심재덕 시장은 문화, 교육도시 수원의 밑그림을 그리셨다.수원은 인문학, 문화, 교육도시로 점차 발전해 나가고 있다. 지금은 군 공항 이전과 광교 상수원관련 민원 등 난제가 많지만 수원시는 해결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결정 될 것이라 믿는다."

수원시에 바라는 마음은?


"수원시는 전국의 기초자치단체중 맏형의 위치에 있다.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하며, 책임도 뒤 따르는 경우가 많다. 인구 면에서는 광역자치단체인 울산광역시보다 많다. 그뿐 아니라 수원의 지리·환경적 여건으로 행정수요는 타 도시에 비교하지 못 할 만큼 많은 게 현실이다.할 일은 많은데 직원들은 부족하다. 수원이 한시바삐 특례시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염태영시장과 지역정치인들이 한 마음으로 뛰고 있으니 조만간 가시적 성과가 만들어 질 것이라고 믿는다.수원은 자원봉사가 활발한 도시다, 사회구성원의 자발적 참여가 늘어날 때 그 사회의 역동성은 커지게 된다. 또한 자원봉사는 부수적이거나 장식적인 활동이 아니라 사회의 주류(main stream)가 되어야 한다."

수원 토박이이라는 데 어릴 적 추억은?

"수원에서 태어났고 영화초, 수성중, 수성고를 졸업했다. 초등학교 시절 6.25전쟁으로 폐허가 된 장안문, 화서문, 창룡문이 놀이터였다. 어렵게 살던 시절이라 너 나 할 것 없이 배고픔을 참으며 살아야 했지만, 종종 영화를 촬영하는 진귀한 장면을 볼 수 있었고, 우시장이 열리는 날에는 경향각지에서 모여드는 소들과 우시장(현 한조씨름 관 위쪽)의 흥청거리는 분위기는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후배 공직자들이여, 목표를 가져라
"어디로 가는 지 모르면 어느 길로 가나 마찬가지"

 공직생활동안 주문처럼 외운 말들이 있다.배려와 솔선 희생은 리더뿐 아니라 팔로워에게도 필요한 덕목이라고 새겼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 였느냐.’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는 싯귀를 늘 나에게 물었다.
近者說 遠者來(근자열 원자래) 가까운 사람을 기쁘게 하면 멀리서도 사람이 찾아온다는 공자의 말씀을, 인간관계의 기본으로 마음에 새겼으며, 관광도시로 발돋음 하려는 수원의 공직자와 시민들이 가슴에 새겨 둘 법하다.
 이외에도 소수의 큰 목소리보다는 다수의 침묵을 귀 담아 들으려 애 썼고, 바위이고자 하는 사람을 이기려면 물이 되어야 하고, 물이고자 하는 사람을 상대하려면 바위가 되라는 무사시 미야모토의 말도 인간관계를 풀어 가는데 도움이 되었다.
어디로 가는지를 모른다면 어느 길로 가거나 마찬가지다라는 말처럼, 조직이 가고자 하는 목표를 이해하려고 애쓰고, 그 목표를 공유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 할 때, 공직자 개인의 발전뿐 아니라 수원시의 발전도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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