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발생한 서울 송파구 석촌지하차도 앞 싱크홀이 우리의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의 민낯을 또 드러냈다. 서울시는 석촌지하차도 싱크홀의 원인을 조사하던 중 지하차도 중심부 아래에서 폭 5∼8m, 깊이 4∼5m, 길이 80m의 굴을 발견했다고 14일 밝혔다. 지난 5일 발견된 폭 2.5m, 깊이 5m, 연장 8m의 싱크홀과는 비교도 안되게 큰 동공(洞空. 빈 공간)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지반 침하의 영향으로 지하차도에 세워진 터널 기둥 25개(75m 구간)에는 0.2㎜ 크기의 균열이 생긴 것도 확인됐다. 더 진행되면 지하차도가 꺼지거나 무너지는 대형사고를 부를 수 있는 문제가 숨어 있었던 것이다. 이런 심각한 상황도 전혀 모른 채 수많은 차가 이곳으로 지나다닌 것을 생각하면 아찔하다. 큰일이 나기 전에 싱크홀이 나타난 것을 다행이라고 해야 할 정도다. 
서울시와 전문가 조사단은 동공과 싱크홀이 생긴 것은 지하철 9호선 3단계 건설을 위해 시행된 쉴드(Shield) 터널 공사가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쉴드공법은 원통형 쉴드(강재)를 회전시켜 수평으로 굴을 파고들어가는 것인데 지하차도 하부를 통과하던 쉴드가 기계 교체를 위해 멈춰 있던 지점에서 지반 침하가 크게 일어난 사실이 확인됐다고 한다. 조사단은 연약한 지반을 뚫고 나서 제대로 틈새를 메우는 작업을 하지 않은 탓에 동공이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고 하니 원칙을 지키지 않는 안전불감증이 다시 도마에 오르게 생겼다. 이것이 원인이 맞다면 부실시공이라고밖에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서울시와 시공사인 삼성물산은 모두 공사 시작 때부터 이미 연약한 지반과 해당 공법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인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삼성물산은 2009년 계약 후 4차례에 걸쳐 해당 구간의 위험성 등을 설명한 보고서를 서울시에 제출했으면서도 공법을 보완할 생각은 하지 않았고 서울시 역시 대책 마련을 지시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겪고도 우리 사회의 안전 의식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 같은 사례가 끊이지 않아 안타깝다.
애초 싱크홀이 생겼을 때 제2롯데월드 공사 등의 관련성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조사단은 그럴 가능성은 작다고 밝혔다. 롯데 측으로선 '누명'을 일단 벗게 됐지만 최근 몇개월 사이 석촌호수 근처에서 5개의 싱크홀이 발생해 주민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 되는 만큼 서울시는 주변지역까지 더 철저하게 조사해 원인을 규명함으로써 불안을 해소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9호선은 물론이고 인근 건물에 대해서도 지반 침하가 있는지 조사해야 한다. 주민들이 불안해하니 한달 정도 기간을 잡고 문제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쉴드공법이 9호선 1~3단계 공사에 쓰였다고 하니 이참에 다른 지역에 생긴 동공은 없는지도 면밀하게 조사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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