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대 용인 남사화훼단지 매출 40% 급감

▲ 청탁금지법 시행 1년을 두 달여 앞둔 13일 화훼단지를 운영하는 조성민씨가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 화훼비닐하우스에서 판매가 불확실한 관엽식물 화분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지난해 9월 28일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가장 피해를 본 업종 중 하나는 화훼업이다. 매출이 즉각 급감하며 화훼농가가 직격탄을 맞았다. 경기침체 등의 이유로 청탁금지법 시행 이전부터 지속해서 화훼판매가 감소했지만, 법 시행 이후 전국 화훼 경매물량이 30% 정도 급감할 정도로 화훼 농가의 타격은 컸다.

경기도와 용인시 등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이 화훼 농가를 돕겠다며 꽃 소비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지만, 가뭄처럼 바짝 타버린 농민의 마음을 충분히 적시기에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청탁금지법 시행 1년을 두 달여 앞둔 13일 전국 최대규모의 화훼단지가 있는 경기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에 있는 조성민(54) 씨의 화훼비닐하우스를 찾았다.

그는 10년 동안 600평(1983㎡) 규모의 비닐하우스에서 초야, 산호수 같은 관엽식물을 키워 꽃집 등에 판매해 왔다. 252명의 화훼 농민들로 구성된 용인시 화훼연합회의 회장이기도 하다.

기자를 본 그는 대뜸 "참으로 야박한 세상이 됐다"고 말했다. 꽃과 식물을 선물하는 것이 뇌물로 인식되는 사회에 대한 불만이다.

그가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꽃 수요가 없어지면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고 울상을 지었다. 지난해 봄까지만 해도 조씨를 비롯한 남사화훼단지의 농민들은 꽃이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졸업 및 입학 시즌, 스승의 날, 공무원 승진 인사 시점을 전후에 선물로 나가는 꽃과 화분 덕에 연간 7000만∼8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가운데 직원 인건비(1200만원), 겨울철 비닐하우스 난방비(800만원), 화분·씨앗 구입비 등 기타 비용(800만원)을 제외하면 4000만∼5000만원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작년 가을 청탁금지법이 시행되고 나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사람들이 꽃과 화분을 뇌물로 인식해 선물하지 않기 시작한 것이다.

예전의 경우 용인시청 사무관 인사가 나고 나면 조씨의 비닐하우스에서는 5만원에서 10만원 하는 화분이 10여개 이상 선물로 나갔다. 그런데 법 시행 이후 올해에는 단 1개의 화분도 팔리지 않았다. 공무원들이 청탁금지법을 의식해 꽃과 화분을 주지도 받지도 않기 때문이다. 사무관으로 승진해 동장으로 나가는 공무원의 경우 10여평 동장실에 축하 난과 화분이 가득 차 발 디딜 틈이 없었다는 얘기는 과거의 일이 됐다.

조 회장은 "청탁금지법이 화훼 농민 1가구만 죽인 것이 아니라 화분 제조업자, 배달업자 등 꽃과 식물을 재배해 소비자에게 배달하는 과정에 종사하는 7∼8명까지 못살게 만들었다"이라면서 "새 정부는 이러한 실태를 제대로 파악해 청탁금지법에서 농업 분야를 빼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회장과 같은 처지에 있는 용인시 화훼연합회 회원들은 생산량을 줄이고, 직원을 내보내는 방법으로 지금의 위기를 견디고 있다. 수백만원이 넘는 겨울철 난방비를 아끼려고 비닐하우스 온도를 2∼3도씩 낮추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 꽃과 화분이 성장하지 못하고 생육을 멈춰 다음 해 봄철에 팔 때 상품성이 떨어지기도 한다.

조 회장은 다행히 화훼농업을 접은 농민은 없지만, 이런 어려움이 지속한다면 화훼농가의 폐업이 속출할 것을 우려했다. 그는 "농민들이 화훼단지를 조성하면서 농협에서 1억∼2억원가량 대출을 받았는데, 매출액이 반 토막 정도 난 상황에서 매달 90만∼100만원의 이자를 감당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고 반문하면서 "우리 농민끼리 모이면 이 걱정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화훼농가를 살리려면 꽃 소비를 촉진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고, 지자체와 공공기관에서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용인시가 올해 화훼농가에 240만원가량의 상토 구매비용을 지원해 준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이 돈은 꽃과 화분 1000만원 어치를 팔아야 버는 돈이다.

애초 2억원으로 책정한 예산을 화훼농가를 방문해 면담하고 난 정찬민 시장이 5억원으로 증액시켰다. 용인시는 내년에도 이 정도 예산 규모로 화훼농가를 지원할 계획이다.

그는 푸드트럭처럼 꽃을 파는 이동 꽃집을 도입하고, 지하철역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는 꽂을 판매할 수 있는 좌대 설치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조 회장은 "정부에서도 꽃은 뇌물이 아니라고 선언해주고, 언론에서도 이런 인식개선 캠페인을 보도해주면 국민들의 인식이 바뀌면서 예전처럼 꽃과 화분을 다시 찾게 될 것"이라며 "꽃은 뇌물이 아니라 아름다운 선물"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도내 화훼농가 수는 2013년 3019가구에서 2015년 2812가구로 6.9% 줄어든 가운데 꽃 재배 면적도 이 기간 1201㏊에서 1091㏊로 9.2% 줄었다.

경기도는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화훼농가 피해를 줄이고자 축제장 내 화훼 직거래 장터 개설, 로컬푸드 직매장 내 화훼판매코너설치, 15개 초·중학교 대상 화훼체험프로그램 운영, 시설원예 현대화·에너지절감시설 설치 등 화훼산업발전방안을 올 초 마련해 시행중이다.

저작권자 © 일간경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