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법 협상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진상조사위에 유가족 몫을 늘리는 대신 특검추천은 상설특검규정에 따르기로 한 여야 원내대표간 합의가 유가족들과 야당내에서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13일로 예정된 특별법 합의처리가 불투명해진 것은 물론 연계사안이나 다름없는 청문회도 제대로 진행되기 어렵게 됐다. 

새정치민주연합측은 특검 국회추천몫중 야당몫을 늘리는 방향으로 재협상을 추진중이지만 새누리당은 합의파기 자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절충은 쉽지않아 보인다. 답답한 형국이다.

야당의 합의번복은 의원총회에서 재협상을 요구하는 강경파들의 목소리에 지도부가 휘둘린 때문이다.

이미 예상됐던 것이기는 하나 갓 출범한 박영선 원내대표체제의 안착과 당혁신 작업이 쉽지않을 것임을 한눈에 보여주는 징후다. 

여야 합의를 불과 며칠만에 손바닥 뒤집듯 뒤집은 것은 당노선을 둘러싼 세력싸움이 수면위로 드러난 반면 당혁신작업을 이끌 박 원내대표의 장악력이 못미쳐 앞으로 여러 국정현안들 또한 야당내 풍향에 휘말리게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여야 합의가 여당은 물론 야당에게도 최선이 아니었던 것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진상조사위 구성에서 여당이 유가족몫을 늘리고, 특검추천에서 야당이 기존법규에 따르기로 한 것은 여야가 한발짝씩 물러난 합리적인 선이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특검에 관한 기존법규가 있는데도 시행도 해보지않고 새로 정하자는 것은 바로 그 법을 국회가 만들었다는 점에서 합리적인 요구라 할 수 없다. 

매번 이렇게 처리한다면 법적안정성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특히 특검을 누가 추천하느냐에 따라 내놓는 결과가 크게 달라질 것을 기대한다면 그것 자체가 특검에 영향력을 행사할 정략적 의도를 보여주는 동시에 특검제도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본질을 스스로 폄훼하는 것이다. 

온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현행 사법체계에 따라 수사를 진행할 특검이 내릴 법적 판단의 편차는 결국 상식적인 범위를 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게 합리적이다. 

이렇게 보면 특검논란의 외피를 쓰고는 있지만 결국은 온국민이 여야간 불신과 정국전략에 인질로 잡혀있는 셈이다. 

청문회 증인문제도 마찬가지다. 

쟁점이 되고있는 김기춘 실장 등 청와대 비서실인사들의 출석문제만 하더라도 국민의 입장에서는 청문회 자체를 파행시킬만한 사안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들이 이미 기관보고 당시 여야의원들 앞에 섰었다는 점에서 야당의 정략이 눈에 보이기는 하나 여당의 입장에서도 다시 국민앞에 고개 숙이는 심정으로 성의를 보여주는 결정이 그리 무리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결국 문제는 세월호라는 현안 자체가 아니라 여야 정당의 금도와 내부풍토인 것이다.
 
이제 정치권은 지쳐가고 있는 민심을 들여다보고 아집과 정략에서 빠져나오기 바란다. 

야당은 강경파와 외부목소리에 휘둘려 합리적인 수준을 넘는 무리한 요구를 내걸기를 멈추고, 여당도 여당다운 정치력을 발휘해주기 바란다. 

야당이 참패하고 여당이 압승한 재보선결과는 야당에게 민심과 유리된 선명성을 더 보여달라는 뜻도 아니고, 여당에게 국민앞에 고개를 뻣뻣이 들고 야당을 밀어붙이라고 주문한 것도 아니다. 

그것은 여야가 정략을 버리고 국민을 위해 할일을 찾아달라는 호소라는 점을 새겨주기 바란다. 일단 조속히 다시 마주앉아야 해법이 나오지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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