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온다. 전 세계 가톨릭 교회의 수장으로서 결코 짧다고 볼 수 없는 4박 5일의 일정이다. 교황으로서는 요한 바오로 2세의 두 차례 방한 이후 세 번째다.

방한을 앞두고 프란치스코 교황과 그의 방한 행사에 대한 관심은 뜨겁기만 하다. 작년 3월 266대 교황에 취임한 이래 가톨릭 교회와 교회 밖 세상을 향해 보여준 말과 실천의 메시지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기 때문일 터이다. 

청빈과 겸손으로 가난한 사람을 위해 일생을 보냈다는 중세 가톨릭 교회 성인 프란치스코의 이름을 즉위명으로 삼아 취임 직후 가난하고 소외된 자를 위한 교회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일상에서도 이를 실천하는 것이 감동을 준다고 한다. 

정치권이나 사회 각계에서 거는 기대도 이런 관심만큼이나 크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행사의 의미와 교황의 메시지에서 답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교황은 15일 아시아 가톨릭 청년대회장에 참석하기 앞서 대전 월드컵 경기장에서 신자들과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이 함께하는 미사를 집전한 뒤 세월호 생존자와 유족을 따로 접견한다. 

16일 광화문 광장에선 방한 최대 행사라 할 수 있는 순교자 124위 시복식을 갖고 장애인 요양시설인 충북 음성 꽃동네를 방문한다. 

방한 마지막 날인 18일 명동성당에선 제주 강정마을 주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등도 참석한 가운데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집전할 예정이다. 

종교행사가 대부분이지만 가난하고 소외된 자를 위한 교회, 전쟁의 유혹에 빠지지 말고 상호이해와 화해를 통해 평화를 이뤄야 한다는 그의 사목(司牧) 정신과 세계관을 담고 있다. 

세계적 양극화로 소외받는 아시아, 특히 양극화 사회의 취약계층인 청소년을 위해 한국에서 열리는 청년대회에 참석하고 세월호 생존자, 유족 등 말로 다할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위로하는 점에서 그렇다. 

시복식과 평화ㆍ화해 미사 역시 한국 가톨릭 교회 순교의 역사를 기리며 전 세계에 이 시대 진정한 교회의 사명과 신앙의 지향점을 선포하고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와 화해, 상호 이해로 이어지길 기원하는 자리라 할 수 있기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앞둔 우리 사회는 양극화로 인한 극심한 계층 간 갈등과 분열,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국가 운영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남북 대치상황 등으로 어둡기만 하다. 이런 현실의 암울함이 교황의 방한에 대한 기대를 더욱 높이고 있는 것 같다. 

치유의 희망을 찾는 심정에서 일 것이다. 방한 기간 교황이 우리 사회에 전할 메시지를 주목해야 할 이유다. 갈등과 분열을 치유해 화해와 통합의 길로 들어설 수 있는 메시지를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가 교황 취임 후 보여준 것처럼 가난하고 소외된 자를 위해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가는 것, 기득권과 자신의 이해를 먼저 내려놓고 다가가는 것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치유 과정의 시작이 아닐까 싶다. 

교황의 방한이 가톨릭 교회뿐 아니라 한국 사회 전반에 화해와 통합을 가져올 희망과 평화의 메시지를 가져다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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