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남동소방서 구급대 구급실습생(가천길대학교 응급구조학과) 김영범


 2학년 여름방학, 우리 학과 학생은 첫 실습을 시작하는 시기이다. 학교에서 이론만 배우고 마네킹으로 실습만 하다가 직접 현장을 경험할 생각을 하니 긴장 반 기대 반의 마음을 갖고 있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응급구조사가 되고 싶어 응급구조학과에 왔고 특히 소방 구급대원을 꿈꾸던 나는 1학년 때부터 소방 실습을 기대하고 있었다. 난 거주지가 만수동이라서 그런지 만수 소방서에 배정되었다. 

고등학생 때 구급차만 보면 달려가서 사진을 찍고 ‘나중에 꼭 이 차를 타야지!’ 했는데 지금 내가 타고 출동을 나가는 차가 그때 찍었던 만수 구급차였다는 것을 알았다. 
너무 신기하고 내 생 처음으로 생각했던 걸 현실로 이뤘다는 생각에 이렇게 하나하나 다 이뤄나가야지 생각했다.

첫 출동 벨이 울리고 난 너무 긴장한 채로 현장을 경험하고 환자를 맞이하였다. 구급반장님께서 나에게 BP(혈압)을 재보라고 하셨다. 그런데 너무 긴장한 탓인가, 환자의 팔에 커프를 잘 못 감겠는 것이다. 시간은 지연되고 난 더욱 긴장하고 손을 어쩔 줄 몰라 했다. 

어설픈 나를 보고 환자는 더 불안했을 것이다. 그래도 끝내 혈압과 기본적인 v/s(활력징후) 체크를 하고 이송도 잘 했다. 그렇게 소방서로 복귀하는 길에 난 깊은 자책감에 빠졌었다. ‘대원님들 활동에 도움이 되진 못해도 걸림돌이 되진 말아야 하는 건데, 내 미숙함이 현장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중요한 것인데’ 하며 생각했다. 

서에 돌아와서 혼자 구급차에 가서 혈압계를 만져보고 적응하고 용품들이 어디 있나 위치를 공부했다. 현장에서 내가 당황하면 환자는 더 큰 불안감을 느낀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워 더 열심히 구급차에 적응했던 것 같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서 출동에 익숙해진 나는 이제 조금은 적응을 하고 침착하게 활동하는 것 같이 느껴졌다.

실습 시작 둘째 날, DOA(도착 시 사망) 2건 출동을 다녀왔다. 돌아가신 분을 직접 보는 게 처음이기도 했고 부패가 진행되어서 보고도 눈을 의심했던 것 같다. 

그 후 얼마 있지 않아 또 DOA 출동을 다녀와서 이 날 난 정신적 충격을 조금은 받은 것 같다. 그래도 생각보다 무덤덤한 나를 보면서 전부터 봐왔던 현장 사진들 때문에 내성이 생긴 건가 싶었다. 이 2건의 출동을 다녀오면서 정말 현장에 나와 있다는 실감이 들었다.

고속도로 TA(교통사고) 건 출동을 나가는데 사이렌을 틀어도 양보하는 차량에 비해 양보하지 않는 차량이 많았다. 요즘 소방관에 대한 국민의식도 바뀌고 안전의 심각성을 알게 되는 추세이다. 

그래도 구급차가 정말 급하게 사이렌을 울리며 달려가도 자기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듯 우리를 구경하며 자기 갈 길을 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가 지금 급하게 출동하여 이송하는 환자는 누군가에겐 소중한 가족인데 본인들의 가족이 아플 때 똑같이 양보하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이송이 늦어져 골든타임이 지연되면 얼마나 슬플까 하며 안타까웠다. 
인식이 하루빨리 바뀌어서 모든 사람들이 좋은 구급서비스를 받고 소중한 사람들을 지켰으면 좋겠다.

실습을 시작할 때 내 마음은 ‘이론으로 배운 것들 다 경험해보고 열심히 해야지’였다. 

그러나 지금 실습이 끝나가는 시점의 내 마음은 ‘내가 1년 반 동안 배운 것들로는 아직 현장에서 큰 힘이 되지 못하구나,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 가 되었다. 내가 학교에서 배운 것들과 현장은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현장은 빠르고 안전한 이송을 위해서 협동과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느꼈다. 

지금은 실습생으로 활동하지만 열심히 공부하고 더 있는 실습을 통해 현장에서도 훌륭한 응급구조사가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질 좋은 응급의료를 제공하고 발전시키는 좋은 응급구조사, 책임감 있는 소방 구급대원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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