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앞바다, 이름도 무시무시한 맹골수도(孟骨水道)의 급류 속에서, 그 어둡고 차디찬 바닷물 속에서 생의 마지막 순간을 마주한 아이들에 대한 안타까움, 미안함, 슬픔, 분노는 너무나 크다. 이 국민적 비통함이 전국적인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울한 소비자는 자책과 무력감에 빠져 외출, 외식, 나들이를 중단했다. 청소년들의 수학여행, 체험활동은 줄줄이 취소되고 관공서와 기업들은 각종 모임과 행사를 꺼리고 있다.

당장 직격탄을 맞은 것은 서민 경제와 관련이 많은 음식, 숙박, 관광, 광고, 도소매업 등이다. 대표적인 내수 업종이 위축되면서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영세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지만 국가적 애도 분위기 속에서 어렵다고 하소연도 하지 못하고 있다.

5월은 월초에 근로자의 날과 어린이날, 부처님 오신 날로 이어지는 연휴가 있는데다, 가계지출이 많은 가정의 달이라는 점 때문에 민간 소비 둔화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올해 우리 경제의 화두는 단연코 '내수 살리기'다. 일부 수출 대기업은 큰돈을 벌고 있지만 내수 기업들, 영세 자영업자는 죽을 쑤고 있다.

가계는 1천조 원을 넘는 부채와 고금리에 시달리고 있다. 그래서 정부는 수출 부문, 대기업 부문에서 살아난 경기회복의 불씨가 내수 시장으로 확산하고 온기가 내수 기업, 영세 자영업자와 가계로 흘러가도록 하려고 정책적 역량을 집중해 왔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를 보면 1분기 민간 소비는 0.3% 증가하는 데 그쳐 내수 시장의 불씨는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류, 식료품, 외식 등 비내구재 소비가 지지부진했다.

안 입고 안 먹고 안 쓴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터진 세월호 참사는 불씨를 유지하는 것조차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하성근 한은 금융통화위원은 "1분기 소비, 투자가 주춤하고 특히 지난 3월에는 회복력이 상당히 약화한 상황"이라면서 "대형 사고가 나면서 위축되는 분위기가 형성되는데 2분기에도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직접적인 소비 위축보다 더 걱정되는 것은 경제 정책 부문의 리더십이 약화하는 것이다. 앞으로 있을 개각 등의 요인으로 경제부처 수장들이 바뀌면 불확실성이 커지고 이에 따른 정책 추진력이 약화할 수 있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 규제개혁, 공기업 혁신 등 이 정부가 약속한 경제 정책들이 표류할 가능성이 있다. 이 정책들이 제대로 집행돼도 내수 시장이 살아날까 말까 한 상황인데 세월호 참사의 충격으로 일시적 냉기류가 돌고, 여기에 리더십 부재까지 겹치면 내수 시장 회복의 모멘텀 자체를 잃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세월호 참사가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 자체에 심대한 타격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내수 시장의 불씨가 워낙 미약하기 때문에 적절한 조치가 뒤따르지 않으면 회복의 속도는 그만큼 더뎌질 것이고 자칫하면 장기 불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따라서 경제팀은 세월호 참사로 인한 경제 충격이 상당 기간 지속할 수 있다고 보고, 세월호 구조작업이 마무리될 즈음에 경기상황을 정밀하게 진단해 경기부양책 가동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제 막 기지개를 켠 부동산 경기를 잘 유지하고, 투자활성화, 규제개혁, 공기업 혁신 정책 등을 차질없이 집행해 모처럼 살아난 내수 시장 회복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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