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침몰하던 16일 오전 10시 17분. 한 단원고 학생이 보낸 "기다리래. 기다리라는 방송 뒤에 다른 안내방송은 안 나와요"라는 마지막 카톡 메시지는 사고 발생 14일이 지났는데도 가슴을 찢어지게 한다. 당시는 해경 구조정이 도착하고도 50분 가량이 지난 시점이었다.

퇴선 명령만 전달됐더라도 이 학생은 생존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시간은 이미 퇴선 명령을 내려야할 선장과 주요 승무원들이 승객들을 버리고 탈출한 지 40여분이나 지난 후였다.

검경합동수사본부는 세월호 침몰 당시의 상황을 재구성할 수 있는 탑승객의 카카오톡 메시지 400여개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공개된 메시지들을 보면 배가 기울기 시작하던 8시 52분 무렵 학생들은 "쏠리는 것 장난 아니다", "신난다. 페이스북에 올리면 재밌겠다"며 배가 침몰할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불과 8분 뒤인 9시께 배가 20도 가량 기울기 시작하자 "구명조끼 입어"라는 메시지들이 뜨기 시작했고, "진짜 타이타닉 같아", "제발 살 수만 있으면" 이라는 절박한 메시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 선내 방송은 "단원고 학생, 선생님 여러분. 현재 위치에서 절대 이동하지 마시고 대기해 주시기 바란다"고 했고, 학생들은 "예"라고 순진하게 카톡에 올리고 있었다.

이어 30분 후 배가 50∼60도 기울고 구조정이 도착할 무렵에도 학생들은 "살아서 보자.", "구명조끼 입고 있어"라는 메시지들만 오갈뿐 전혀 밖으로 탈출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구명조끼만 있고 선내에 가만히 있으면 구조해 줄 것으로 철석같이 믿고 있었던 것이다.

해경과 전남 어업지도선이 침몰당시 찍은 동영상도 28일 뒤늦게 공개됐다. 동영상에는 사고당일 오전 9시28분께 승선인원 14명인 100t급 경비정 123정이 현장에 도착한 뒤 세월호 주변을 맴돌면서 "바다에 뛰어 내리라"는 퇴선 방송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세월호가 많이 기울어 있어 바짝 붙으면 경비정이 세월호 밑에 깔릴 것을 우려해 주변을 맴돌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선실내에 있는 학생들이 멀찍이 떨어진 구조선의 퇴선 방송을 들었을리 만무하다.

해경 가운데 어느 누구도 선실내로 들어가 구조활동을 하는 모습은 목격되지 않았다.

더구나 해경은 당시 세월호에 400∼500명이 승선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서도 정작 구조를 위해 보낸 선박은 경비정 한척과 소형헬기 2대 뿐이었다. 구조된 생존자 174명 가운데 해경이 구조한 인원은 절반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어업지도선에 딸린 단정 2척과 민간어선 2척에 의해 구조됐다. `초동대응 미흡'이 아니라 `초동대응 무시'라는 말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는 상황인데도 해경은 "할 수 있는 일을 다 했다"고 했다. 혹시 해경은 눈대중으로 대부분의 승객이 배밖으로 나와 구조된 것으로 오판한 것은 아니었는지, 그리고 이를 토대로 당시 중앙재해대책본부가 대부분의 승객이 구조됐다고 어이없는 발표를 한 근거가 된 것은 아닌지 수사본부는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

뒤늦게 공개된 카톡의 내용과 동영상은 국가 재난대응의 허술함을 또다시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국민의 분노와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뻔히 구조할 수 있었던 생명들을 속절없이 시간만 낭비하다가 차가운 바닷물 속으로 수장시킨 이 상황은 아무리 생각해도 용서가 되지 않는다.

"이런 국가, 이런 공무원을 믿고 세금을 내야 하느냐"는 한탄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배와 승객을 버리고 제일 먼저 도망간 선장, 선원에게 들이댄 잣대를 해경에게도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는 이유다.

해상 사고시 선실 진입 조항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해경은 아직도 해상사고 매뉴얼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초기 대응 실패에 따른 여론의 질타를 의식한 것으로 밖에는 달리 생각할 수 없다. 해경은 사고 매뉴얼은 물론, 혹시 지금까지 숨겼던 상황이 있다면 모두 공개해야 한다. 해경 스스로 할 수 없다면 수사본부가 이를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

죄가를 따지기 위함도 있지만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를 명확히 알아야 하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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