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국 국장대우 이형실

백경현 구리시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아 그동안 숨겨놓고 공개하지 않았던 15여 년 간 스스럼 없이 진행돼 왔던 박영순 전시장의 그릇되고 잘못된 행정을 공개하고 나섰다. 이러한 행동은 본인이 전 행정공무원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가히 ‘coming out'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라고 본다. 더욱이 백 시장은 공직에 있을 당시 누구보다 최측근에서 박 전 시장을 보좌했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이는 하극상도 아니요, 정적제거 수순도 아니다. 단지 ‘시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서’라는 순수에서 비롯됐다.

구리시민 7만여 가구에 전달될 4월호 ‘구리소식지’가 지난달 25일 발간됐다. 이날 발간된 소식지는 시민들에게 단순한 정보를 알려주는 역할의 차원을 넘어 그동안 ‘쉬-쉬-’하고 넘겼던 궁금한 문제들을 공개하는 이른바 ‘고백’의 지면이 할애됐다는 점이다. 이러한 시의 결단은 잘못된 행정도 반면교사로 삼아 시민들에게 알리고 투명하게 다가가는 것이 ‘열린행정’이라는 백 시장의 단호한 의지 표명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이날 발간된 소식지에는 박 전 시장이 추진해 왔던 GWDC조성사업, 뉴타운 사업, 고구려 역사기념관 건립모금 운동, 동구릉 골프연습장 등 이른바 ‘뜨거운 감자’에 비유되는 굵직한 사업의 실체를 공개하고 있다. 지면 관계로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그나마 시민들의 목마름을 적시기에는 충분한 내용들이다. 

GWDC 사업의 경우 외국인 투자의향과 투자능력이 담보되지 않는 이상 이 사업의 성사는 불가능하며 특히 '노예계약서‘나 다름없는 개발협약서는 곧 시에 막대한 재정적 손실을 불러올 공산이 크다. 뉴타운사업 또한 수십억 원의 용역비만 날렸으며 어린아이 코 묻은 돈까지 걷은 고구려역사기념관 건립사업도 모은 돈 70%를 탕진하고 흐지부지 됐다. 동구릉골프연습장 건은 어떤가. 위법 부당한 건축허가로 약 65억 원의 혈세가 낭비됐지만 구상권 등 어떠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등 책임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그러고 보니 이 소식지가 밝힌 대로 제대로 마무리된 사업이 하나도 없다. 오히려 그 긴 재임기간 동안 이뤄놓은 것 없이 시민들의 혈세만 날리고 구리시는 성장도 못한 채 그 자리에서 맴돌고 있다. 이토록 박 전 시장이 구리시에 드리우고 있는 그늘은 넓고 짙다. 물론 그 배경은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의 무조건적인 지향성에서 비롯된다. 그 사람이 그릇되건 잘못을 했건 간에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로지 '고'를 외치는 현상은 어디서 기인된 것일까.

필자와 박 전 시장과의 인연은 청와대를 거쳐 그가 관선시장으로 구리시에 부임하던 1994년부터 시작된다. 그때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에 대해 주워들은 얘기도 많다. 

그가 부임할 당시 그는 외무고시 출신으로 청와대를 거쳤다는 점이 구리시민들에게 크게 부각된 건 사실이다. 때문에 그를 배경으로 한 향토색 또한 짙어지기 시작해 잘못된 행정도 편협된 시각에도 오늘의 ‘무조건’적인 현상을 만들었다. 이것이 구리시가 발전하지 못하고 정체돼 있는 이유다. 구리시의 현 주소다. 다행히 골리앗에 맞선 다윗처럼 백경현 시장이 박 전 시장의 트라우마를 지우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어 그나마 천만다행이다. 이제 시민들도 닫았던 입으로 할말은 해야 된다. 언제까지 침묵만 할 텐가. 대통령도 탄핵하는 판에 그까짓 거 대수인가. 

발전하고 있는 인근 남양주시나 하남시처럼  구리시도 비상하기 위해 드리워져 있던 그늘을 벗겨내고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아야 한다. 언론의 사명감도 중요하다. 이젠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때다.

이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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