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구팀 "유전·환경영향 생각만큼 크지 않다…조기진단 중요"

암은 운수가 나빠서 걸리는 것일까? 아니면 유전이나 생활습관과 발암물질 노출 등 환경적 요인 때문에 발생하는 것일까?

24일 과학매체 사이언스와 메디컬익스프레스 등에 따르면 미국 과학자들이 암은 유전이나 환경보다 우연히 걸릴 확률이 더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존스홉킨스대 크리스티안 토마세티 교수와 이 대학 버트 포겔스타인 킴멜암센터 공동소장 등이 발표한 내용의 핵심은 'DNA 복제 과정에서 일어나는 무작위(또는 우연한) 변이 오류로 발생하는 암이 가장 많다'는 것이다.

생물체의 몸에선 끊임없이 세포분열, 즉 하나의 세포가 두 개로 늘어나는 증식이 일어나는데 이때 원래 세포의 DNA도 복제된다. 이때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무작위로 DNA 돌연변이 오류가 생기고 이것이 누적돼 암을 일으킨다.

그동안에는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이 각각 또는 합쳐서 이런 돌연변이를 일으킨다는 것이 정설로 돼 있었으며 이에 따라 환경과 생활습관 개선을 통한 예방이 강조돼왔다.

이미 토마세티 교수팀은 2015년 일부 암이 다른 암에 비해 자주 발생하는 이유를 규명하기 위한 연구에서 '무작위 돌연변이' 이론을 제시해 거센 논란이 일었다.

연구팀은 이번엔 미국 뿐만아니라 영국 등의 암 유전자 관련 데이터베이스, DNA시퀀싱 데이터 등 69개국 관련 자료를 바탕으로 환경, 유전, 무작위 변이 등이 각각 여러 암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상대적 비중을 수학적 모델로 분석, 계산해냈다.

그 결과 분석 대상으로 삼은 32개 암 가운데 평균 66%가 DNA 무작위 변이 오류 때문이며 환경 요인은 29%, 유전 요인은 5% 정도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암 종류에 따라 이 비율이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전립선, 뇌, 뼈의 암은 95% 이상이 무작위 변이 때문인 반면에 일부 폐암의 경우 흡연 등 환경 요인이 65%로 가장 많다는 것이다.

이 같은 차이는 해당 신체 부위 줄기세포의 분열횟수가 각각 다르기 때문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연구팀은 "적의 대부분이 몸 밖에 있는 것(환경 요인)이 아니라 체내에 존재하는 것이고, 무작위로 일어나는 것이라면 암에 대한 인식과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암 환자나 그 가족이 생활방식과 유전 때문이라며 지나치게 자책하며 죄책감을 느끼지 말고 차분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환경 요인이나 예방의 중요성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암은 여러 변이가 겹쳐져 발생하며, 역학적 연구에 의하면 40%는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만으로 예방이 가능하다는 이론은 여전히 타당하다는 것이다.

다만 생활습관과 환경 요인을 개선해도 상당수 암의 경우 우연히 발병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점에서 조기 발견을 통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 역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논문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온라인판에 24일(현지시간) 게재되고, 그 의미 설명과 관련 논란 등을 담은 기사가 사이언스 뉴스난에 별도로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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