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참패 충격에 빠진 새정치민주연합이 당 수습안의 얼개를 내보였다. 먼저 당혁신을 이끌 비상대책위원회 이름부터 바꾸기로 했다. 가칭 국민공감혁신위원회다. 오는 20일께 출범할 비대위의 당 혁신방향을 '국민공감'에 두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계파와 철지난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민생과 국민의 생활현장에 당의 뿌리를 내리겠다는 것이라면 올바른 방향설정이다. 수권정당으로서의 신뢰상실이 패인이라면 '무조건 반대' 이미지만을 굳히게한 대책없는 여당견제 노선을 이어갈 것이 아니라 당연히 국민을 중심에 놓는 정책적 대안제시 능력을 갖춰야할 것이기 때문이다.

박영선 비대위원장은 "낡은 과거와 관행으로부터 어떻게 지혜롭게 결별하느냐가 새정치연합의 미래와 직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며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고 "국민의 눈으로 국민의 마음으로 국민이 공감하는 정치를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투쟁정당 이미지에서 벗어나 정의로움을 더욱 굳건히 세우는 일'과 '경제민주화와 복지에 근간을 둔 생활정치의 실현'으로 국민공감을 얻겠다고 했다. 당 내부개혁과 관련해서는 "공정성과 민주성의 원칙에 입각한 예측가능한 정치, 공직 후보자 선출방식에서 당내 문화에 이르기까지 국민이 공감하는 원칙과 기율이 바로 선 정당을 만들겠다"면서 전략공천 배제 등 '공정성과 민주성의 원칙'을 강조했다. 민주당의 고질인 계파정치를 깨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혁신위는 당내외 인사 절반씩으로 구성해 당밖의 얘기도 많이 들을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의 쇄신작업은 그리 낯설거나 새로운 모습이 아니다. 2000년이후 8차례나 당명을 바꾸는 과정을 거칠 때마다 쇄신을 구호로 내걸었지만 당의 근본적 체질은 그대로다. 가까이로는 작년 1월 대선패배 내홍에 휩싸인 당 수습작업을 맡은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당시 '백척 벼랑끝에 선 심정'을 얘기하며 "국민의 뜻을 받들어 리모델링이 아닌 재건축 수준으로 당 혁신을 실현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야당이 밤낮 반대만 하거나 민생, 안보 등의 문제에 있어 택도 없이 걸고 넘어지면 안되고, 잘하는 것은 화끈하게 잘한다고 하면서 분명히 각을 세우는 강력한 야당이 돼야 한다"고도 했다. 과거 비대위 때도 같았고, 지금 다짐하고 있는 쇄신노선과도 사실상 차이가 없다. 그러나 국민의 생활현장에 파고들어갈 정책과 인사 수혈은 이뤄지지않았다. '초록은 동색'류의 비슷비슷한 인사들이 자리를 바꿔가며 자기들만의 계파정치에서 벗어나지못하는 사이 개혁은 흐지부지됐고, 이번에 재보선 참패라는 결과를 안아든 것이다. 같은 문제점들이 고쳐지지않고 있다는 뜻이다. 새로 시작한다는 혁신위에 기대를 보내면서도 우려섞인 시선을 던지지않을 수 없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야당의 실패는 여당독주에 대한 견제와 정책적 대안제시의 결여로 이어지면서 결국 투쟁과 경색 일변도의 정치지형을 형성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여야정당 전체의 실패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새정치연합이 수권정당으로서의 신뢰를 회복하는 그런 쇄신에 이번에는 꼭 성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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