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격돌의 중심전선이었던 7ㆍ30 재보선이 끝났지만 세월호 후속대책을 비롯한 각종 쇄신, 민생법안 처리가 순조롭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참패에 따른 충격파가 너무 커 각종 현안에 대한 정상적인 여야협상에 차질이 빚어질 공산이 적지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세월호 특별법과 부정청탁금지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이른바 김영란법) 등 여러 현안들은 그 처리시점의 중요성 측면에서 여야가 바로 마주 앉아야할 시급성이 크다. 당내 문제를 이유로 이들 주요 현안 처리가 미뤄져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지방선거와 재보선의 최대 정국쟁점이었던 세월호 특별법과 국정조사의 경우가 대표적 사례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선거전만 하더라도 이견이 있는 주요 쟁점들을 놓고 나름 긴장감 있는 협상을 벌이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재보선후 접촉은 그저 모양갖추기에 그치고 있는 인상이다. 당연히 협상도 진척이 없다. 특별법의 경우 진상조사위에 수사권을 부여하는 문제는 특검쪽으로 절충점을 찾았지만 이번엔 특검추천권 문제로 여야가 신경전만을 거듭하고 있을 뿐 돌파구를 찾지못하고 있다. 선거가 끝났지만 여야는 상대방의 양보만을 요구할 뿐 협상을 진척시킬 새로운 대안을 테이블위에 올려놓지 않았다.

세월호 국조도 사정은 비슷하다. 청문회 증인채택 문제를 놓고 김기춘 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비서실 출석여부를 둘러싼 대립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않는다. 협상이라 해봐야 여야 간사가 선거후 잠시 만나 기존입장을 재확인한 게 전부다. 이에따라 당장 오는 4-8일 청문회 개최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안전과 쇄신, 경제활력 강화를 위한 각종 법안들도 묶여있기는 마찬가지다. 공직윤리 쇄신을 위한 김영란법 외에도 해운법 등 사고대책관련 법안, 각종 경제입법안들이 상임위 문턱을 넘지못한 채 먼지를 쓰고있다. 세월호 이후 국가안전대책의 컨트롤타워격인 국가안전처 신설문제를 담은 정부조직법안은 제대로 협상조차 시작이 안됐다. 청와대측은 투자활성화, 주택시장 정상화, 민생 안정 등을 위해 필요한 법안 19건을 제시하고 국회에 조기처리를 요청해 여야의 정상적 접촉재개 필요성은 시간이 갈수록 높아질 전망이다.

일단은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 등 지도부 총사퇴로 내홍에 빠진 새정치연합의 당 수습작업이 조속히 진행되는게 관건이다. 당대표 직무대행을 맡은 박영선 원내대표 아래 비대위체제가 움직일 것으로 보이나 재정비작업과 별도로 여야협상 채널은 제대로 가동되도록 하는게 순리다. 야당의 선거참패 원인으로 민생외면과 국정발목잡기 이미지라는 지적이 적지않은 만큼 당쇄신작업의 핵심축은 민생복귀이어야 한다는 점에서다.

문제는 선거에 이어 쟁점현안에서도 더 밀릴 수 없다는 대여협상 강경론에도 적잖은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점이다. 강력한 협상력은 원칙과 합리성에서 나오는 것이지 경직된 강경론에서 나오지않는다는 점을 새겨 다른 무엇보다 민생을 우선시키는 기본을 잃지않기 바란다. 새누리당의 경우 선거압승으로 정국주도권을 장악한 여세를 몰아 야당을 일방적으로 몰아세우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역지사지의 상생정신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선거후 의원총회가 자리를 채 절반도 채우지못한 썰렁한 분위기에서 세월호특별법 등에서 야당에 밀리지말라는 몇몇 강경주장만 나온뒤 흐지부지 끝난 것은 재보선 승리가 새누리당에 오히려 독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실례다.

안정과반 의석을 확보한 집권당으로서 야당을 견인해 각종 현안을 합리적인 선에서 타결지을 수 있도록 정치력과 금도를 보여줘야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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