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재보궐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완패했다. 세월호 이후 민심흐름을 보여주는 가늠자로도 여겨졌던 미니총선급의 이번 재보선에서 새정치연합은 모두 15곳의 선거구에서 4곳을 건지는데 그치는 충격적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특히 야당의 텃밭으로 여겨졌던 전남 순천·곡성을 새누리당의 이정현 후보에게 내줬고, 수원병에서는 손학규 후보가 원내 재진입에 실패해 정치생명이 위기에 빠졌다. 이로써 박근혜 대통령은 안정과반 의석을 확보한 새누리당의 지원을 배경으로 중반기 국정운영에 새로운 동력을 얻게됐고, 새정치연합은 지도부 책임론 등으로 심각한 내홍이 불가피한 국면으로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 최대이변은 전남 순천·곡성 선거구에서 일어났다. 새정치연합의 견고한 아성인 이곳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으로 여겨지는 이정현 후보가 예상을 깨고 큰 표차로 당선한 것이다. '예산폭탄' 공방을 빚기는 했으나 영호남 지역에서 여야의 승부교차는 구시대정치의 상징과도 같은 지역에 기대는 낡은 정당구도의 굳은 틀을 깬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새정치연합은 지도부가 대거 출동해 정권심판론을 호소했으나 결국 서갑원후보를 구하지못했다. 야당이 전남지역을 내준 것은 지난 1988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후보 단일화로 관심이 집중됐던 서울 동작을에서는 정의당 노회찬 후보가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의 벽을 넘지못했다.

새정치연합으로서는 전략공천을 둘러싼 격심한 내부진통 끝에 내세운 기동민 후보가 사퇴하고 노후보로 단일화하는 과정에서 원칙없는 야합이라는 비판까지 감수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는 악수만을 거듭한 셈이 됐다. 결국 6석이 걸린 서울과 수도권에서 새정치연합은 수원정 한곳만 건졌을 뿐 나머지 5곳을 모두 잃었고, 지방선거에서 약진세를 보였던 충청권에서도 이번에는 3곳 모두에서 지는 참패를 당했다.

새정치연합의 패배는 원칙없는 전략공천에 대한 여론의 반감과 세월호 심판론에 의존한 단선적 선거전략이 실제 민심의 심층부를 뚫고들어가지 못한 측면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반면 새누리당으로서는 세월호에서 드러난 정부의 무능에도 불구하고 새정치연합의 정치적 자충수에 덧붙여 장기침체국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경제와 민생회복에 대한 국민적 기대에 따른 반사적 이익을 누린 측면을 부인할 수 없다.

결국 새정치연합은 민심의 큰 흐름을 읽지못한 채 내부논리에만 집착했던 대가를 치른 셈이고, 새누리당은 여전히 스스로의 능력에 따른 지지를 확보한 것이 아니라 좀 잘해달라는 고정지지층의 채찍이 결집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여야는 따라서 이번 선거결과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해 지나친 희비에 빠져들 것이 아니라 표에서 나타난 민심의 깊은 곳을 헤아려 국민을 안심시키고 민생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자성과 개혁에 나서주기 바란다. 2년후 총선의 승패는 여야 정당의 내부혁신 경쟁에 대한 국민의 평가가 좌우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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