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시 중문동에 속하고 있는 대포마을은 전에는 중문면 대포리라 불리어졌다.

이 마을에는 먼저 원(元)씨가 들어 와 마을을 이루었다. 처음에는 ‘큰재물’이라고 하는 바닷가 동네에 한 서른 나믄 호로 마을을 이루었다가 지금의 대포리 지역으로 옮겨 와 마을을 이루었다. 마을을 이루었던 원 댁은 매우 호사롭게 살았는데 마을 맨 안쪽에 고대광실 큰 기와집을 짓고 살았다. 그 집 이름을 ‘안집’이라 하였다.

그 집이 얼마나 웅장하였던지 집 처마마다 네 귀에 풍경을 달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그 풍경 소리가 온 마을에 들릴 뿐 아니라 지나가던 사람들의 발걸음까지 멈추게 하였다 한다.

하루는 지나가던 목사가 이 집에 들렸다. 풍경 소리에 따라 들어왔는데, 집을 보니 사가로서는 너무나 웅장하니 목사가 마음이 뒤틀릴 정도 였다. 당장 집을 헐라고 호령을 하고 싶었으나, 이 지역 토호로서 그 세도가 막강한 것을 생각할 때 섣불리 그럴 수도 없었다.
     
“참 집이 훌륭합니다. 혹 이 집에 대한 당호 나마 있는지요?”목사는 집의 훌륭함을 감탄하고 나서 은근히 어떤 무엇을 알아보려고 집의 당호를 물었다.

“예, 선친께서 저희 여덟 형제를 두시어서 팔룡당이라 불러온 줄 압니다.”

집 주인은 아주 공손하게, 그리고 조심스럽게 말하였으나, 마음속으로는 오만함이 서려 있는 투였다. 당신이 아무리 목사라고 하지마는 내 재력을 따르겠느냐는 것이었다. 그것을 간파하지 못할 목사도 아니다. 더구나 여덟 아들을 두었다 하여, 감히 용자를 써서 팔룡당 운운한 것이 괘씸하기 그지 없었다.

“팔룡당이라 당호치고는 매우 훌륭합니다만…”목사는 말끝을 맺지 아니하고 설레 설레 저었다. 집주인이 바짝 긴장을 하였다. 아까는 오만한 마음으로 말을 하였지마는 마음이 어수선하였다.“무슨 말씀이온지, 혹시 잘못이라도 있으면….”

주인의 마음이 동요하기 시작하였음을 눈치 챈 목사는 옳다구나 하였다. 그만 하면 내가 능히 저 무엄하게 큰 집에 대하여 목사의 위엄을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예, 당호가 일반 백성의 당호로서는 너무 센 것 같습니다. 혹 그 당호를 감당하지 못하면 가문에….”

말끝을 맺지 아니하고 안타깝다는 얼굴로 집주인을 바라보고는 자리를 뜨려 하였다.

“나으리, 이왕 말씀을 꺼내신 김에 적당한 당호를 마련하여 주십시요.”

주인은 목사의 말을 듣는 중에 불안이 엄습하였다. 액운이 다가오는 느낌이었다.“생각해 보십시오, 용은 백성에게는 과분합니다.. 용자를 뱀사자로 바꾸십시오.”목사의 말은 아주 단정적이었다. 이미 주인은 심리적으로 목사의 말을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알겠습니다.”

주인은 곧 당호를 팔사당이라 바꾸었다.그런데 당호를 바꾼지 불과 한달 만에 집안에 궂은 일이 일어나면서 망해가기 시작하였다. 얼마 못 가서 많은 재력이 축이 나면서 가세가 기울어지더니 결국은 다시 그 옛날의 부를 도모할 수 없게 망하였다고 한다.

'아흔아홉골'은 제주시 서남쪽 해안동경(海安洞境)에 있는 '산'이다. '밭고랑처럼 뻗어 내린 기봉들로 이루어진 크고 작은 골짜기가 아흔 아홉 개가 있다'하여 "아흔아홉골"이라 부른다.
만약 이 골짜기가 하나만 더 있어 백골이 되었다면 제주도에도 호랑이, 사자와 같은 맹수와 큰 인물이 날 것인데, 한골이 모자라기 때문에 맹수가 나지 않고 왕과 같은 큰 인물도 나오지 않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제주시 서남쪽 한라산 중턱에 있는 아흔아홉 골은 크고 작은 골짜기가 마치 밭고랑처럼 뻗어 내린 기이한 봉우리 아흔 아홉 개가 모여 골짜기도 아흔아홉 개를 이루고 있다. 본래는 백 개의 골짜기를 이루고 있었는데 아흔아홉 골이 된 이유가 있다.

백골이었을 때, 많은 맹수들이 들끓어 백성들이 마음 놓고 다니지를 못했다. 어느 날 중국에서 한 스님이 와 백성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말했다.

 "당신들을 괴롭히는 맹수들을 없애줄 테니 '대국 동물대왕 입도'라고 큰 소리로 외치시오"

호랑이와 사자 같은 무서운 짐승들을 없애준다고 하니 백성들은 좋아서 스님이 시키는 대로 큰소리로 외쳤다. 그랬더니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맹수들이 모두 백 번째 골짜기로 모여든 것이다.

스님은 한참 동안 불경을 외고 나서 맹수들을 향해 소리쳤다.
"너희들은 모두 살기 좋은 곳으로 가라. 이제 너희들이 나온 골짜기는 없어질 것이니, 만일 너희들이 또 오면 너희들 종족이 사라질 것이다."

그러자 호랑이, 사자, 곰 할 것 없이 모두 한 골짜기로 사라져버리고, 그 순간 그 골짜기마저 없어져 버렸다. 그 후 제주에서는 맹수가 나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맹수가 나지 않게 되자 왕도 큰 인물도 나오지 않게 되어버렸다. 

그래서 제주도에는 맹수가 없으며, 이 때문에 큰 인물도 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면 제주도 '아흔아흡골의 전설'에서 중국의 스님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인가?

제주도에서 큰 인물이 나지 못한 까닭이 중국 스님이 골짜기 하나를 없애버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실제 제주에서 큰 인물이 나지 못했던 것은 조정에서 변방인들인 제주인을 중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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