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가 잇따라 발생해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24일 경북 의성 돼지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한데 이어 28일에는 경북 고령 돼지농장에서도 구제역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남 함평의 오리농장에서는 25일 AI 의심신고가 접수돼 27일 결국 고병원성 H5N8형 AI로 확진됐다. 이곳은 지난 3월에 AI가 발생했던 농가로 이번에 재발했다. 주로 겨울철에 발생하는 구제역과 AI가 한여름인 7월에 발생한 것은 이례적이다. 우리나라에서 구제역은 그동안 겨울이나 봄에 발생해 여름이 되기 전에 끝났고, AI도 겨울 철새가 날아오면서 퍼뜨렸다가 날이 더워지면 종식되는 것으로 생각됐다. 그러나 이번에 발생한 구제역과 AI로 이런 공식이 여지없이 깨져버렸다. 방역체계에 큰 구멍이 뚫린 것 같아 걱정이다. 철저한 방역으로 추가적인 확산을 차단하는 한편 한여름도 구제역과 AI에 안심할 수 없게 된 현실에 맞춰 기존 방역체계를 대수술하는 것도 검토해야 할 상황이다.
축산농가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1년 4월 21일을 마지막으로 구제역이 3년 넘게 발생하지 않아 5월 28일 세계동물보건기구 총회에서 백신접종 구제역 청정국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이번 구제역 발생으로 2개월 만에 그 지위를 상실하게 돼 기대했던 축산물 수출의 차질 등 관련 농가와 산업의 피해가 예상된다. 특히 며칠 만에 구제역이 잇따라 발생하고 구제역 바이러스가 어떤 경로로 이들 농장에 옮겨졌는지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하니 어디까지 확산될지 걱정이다. AI도 종식 선언을 할 만하면 추가로 발생해 속을 태우고 있다. AI는 지난 1월 전북 고창의 오리 농장에서 발생한 이후 봄을 거쳐 여름인 6월, 7월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방역당국은 지난달 재발한 AI가 소강상태로 접어들자 추가 발병이 없으면 다음달 중순께 AI 종식 선언을 할 예정이었으나 이번 발생으로 물 건너갔다. 종식 선언이 미뤄지면 이동제한 해제도 그만큼 늦춰지게 돼 관련 농가의 피해가 우려된다.
당장 중요한 것은 방역 등 신속하고 철저한 조치로 구제역과 AI의 확산을 막는 것이다. 여름 휴가철로 사람의 이동이 많은데다 한 달여 뒤면 민족의 대이동이 이뤄지는 추석이 다가오기 때문에 빨리 잡지 않으면 확산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축산농가의 적극적인 노력도 절실하다. 의성의 구제역 발생농장의 경우 돼지의 백신 형성률이 낮게 나타나 예방접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당국의 철저한 점검이 요구된다. 구제역과 AI가 한여름에도 발생할 정도로 때를 가리지 않게 된 것은 심각한 문제다. 따라서 그 원인을 찾아내고 이에 맞는 사철 방역체계를 갖추는 것도 동시에 추진해야 할 과제다. AI의 경우만 해도 매번 겨울 철새 탓을 했지만 이렇게 여름까지 발생하는 것을 보면 정밀 역학조사 등 원인 진단부터 정확하게 하고 대책을 달리 세워봐야 한다. 토착화 여부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원인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구제역 대응도 마찬가지다. 진단 결과, 필요하다면 방역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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