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유병언 전 회장의 시신에 대한 정밀 감정 결과 `정확한 사인을 판명할 수 없다'고 발표한 25일 경찰은 유씨의 장남 대균씨와 이른바 그의 `호위무사'로 알려진 박수경씨를 용인의 한 오피스텔에서 전격 검거했다.

경찰은 오후 7시께 체포와 동시에 이 사실을 언론에 전례없이 신속히 알렸고, 한시간 가량 후 그들이 인천 광역수사대에 모습을 나타냈을 때는 거의 전 방송이 이를 생중계하다시피했다.

그뿐만 아니라 일부 방송과 인터넷 언론에선 그가 지난 4월 22일부터 석달 동안 은신했던 좁은 오피스텔 내부를 샅샅이 공개하면서 갖가지 추측성 보도를 하는가 하면, 그들의 과거 개인 행적 등 신상 털기도 가차없이 행했다.

또 인천경찰청은 오피스텔 복도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영상에 담겨진 체포 당시 상황도 여과없이 공개했다. 참으로 이례적인 피의자 신상공개인 셈이다.

지난달 12일 유병언씨 시신이 처음 발견됐을 때 이를 단순변사로 처리해 초등수사 부실 책임론에 휘말렸던 경찰 수뇌부 입장에서 대균씨 체포는 천우신조였을 것이다.

검경간 엇박자로 양대 수사기관이 도마위에 오른 상태에서 경찰 조직은 구원파 신도들의 친척명의 부동산까지 다 뒤져 대균씨 등을 검거했노라고 자랑도 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수사기관의 발표와 언론 보도를 통해 나타났듯 대균씨는 세월호 실소유주 일가 처벌과 책임재산 환수라는 수사의 큰 줄기에서 볼때 `깃털'에 불과한 존재다.

유병언씨 일가가 저지른 횡령·배임 범죄 규모는 총 2천400억원인데 사망한 유씨가 1천291억원으로 가장 많고 혁기씨와 장녀 섬나씨가 각각 559억원과 492억원이며 대균씨는 이들의 10분의 1인 56억원이었다.

사실상 혁기씨와 섬나씨가 일가의 경영비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고, 대균씨는 일찌감치 차남 혁기씨에게 승계자 자리를 넘겨(?)준 뒤 재력있는 종교지도자의 예술인 아들로서 자유분방하게 살아왔다는 것이 지금까지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사실이다. 또 박씨는 그를 숨겨준 조력자에 불과하다.

대균씨가 체포되기 불과 몇시간 전 검찰이 "유씨의 장남 대균씨가 이달 안에 자수할 경우 부친 장례 참석 등의 사정을 최대한 참작하겠다"며 불구속 의사를 밝힌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물론, 유병언 사망 확인후 세간의 관심이 유씨 일가에 쏠려 있고 그가 장기간 도피행각을 벌여온 1억원의 현상금이 걸린 공개수배범이라는 점에서 대균씨 체포가 갖는 무게가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초등수사 부실로 유병언씨 사인 규명이 미궁에 빠진데다 세월호 참사 책임규명 수사 또한 다소 초점을 잃은 상황에서 대균씨 체포로 모든 것을 만회하겠다는 듯이 적극적으로 체포과정 등을 공개하고 있는 경찰의 언론플레이는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그를 이번 수사의 핵심인물로 둔갑시켜 자신들에 대한 비판 여론을 물타기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이 미모의 `호위무사'와 대균씨 사이의 3개월 도피행적에 초점을 맞춰 선정적으로 보도하는 것 또한 세월호 참사 원인 규명이라는 본질과는 거리가 멀 뿐 아니라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소홀히 하는 처사라 아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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