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내기 공무원들의 좌충우돌 인터뷰 ]

‘나는 경기도 공무원이다’  1회(사서9급)


 ‘낙타 바늘구멍 뚫기’란 표현이 있다. 흔히 ‘현실에선 불가능한 일’을 가리켜 종종 비유적으로 쓰는데,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힘들다“는 성경구절에 등장할 때면 서민인 우리네에 은근한 안도감을 주기도 한다.

경제난이 가중되면서 취업시장의 좁은 문을 가리키는 불편한 문구로도 자주 쓰인다. 특히 장기 불황 시대에 비정규직 등 고용불안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이는 공무원직에 대한 높은 선호도로 이어지면서, 치열한 경쟁에 공무원 되기란 정말로 낙타가 바늘구멍을 뚫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려운 일이 됐다.

지난 달 치러진 지방공무원 임용시험에 응시한 인원은 17만 명이었다. 평균 경쟁률이 19.2대 1이었고, 급 공무원 공채시험의 경우 평균 경쟁률이 83.9대 1로 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해마다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평생직장, 안정적 직장이란 매력은 청년층 뿐 아니라 은퇴 불안에 시달리는 중장년층의 도전 까지도 흔한 풍경으로 만들 정도에 이르렀다.

그러나 공무원을 안정적인 직업 정도로만 여겨서는 곤란하다.  공무원에 도전하는 많은 이들과 실제 공무원들은 공직에 대한 책임감과 직업적 가치 역시 중히 여긴다. 경기도 각 시군에 근무하는 여기 네 명의 푸릇푸릇한 사서직 수습공무원들이 바로 그렇다.

양주시 이서희(32) 파주시 최혜주(28) 과천시 김송아(26) 남양주시 이정민(25). 그녀들이 들려주는 공무원 도전, 그리고 성공기에는 공무원이 되기까지의 그녀들만의 학습노하우와 성공비법이 담겨 있다. 책이 좋아 책과 더불어 살기 원해 이 직업을 택했다며 활짝 웃는 그녀들은 훌륭한 공무원이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소통`과 `경청`을 최고로 꼽았다.  웃는 얼굴만큼이나 내면도 참 예쁜 아가씨들이다.

Q  우선 공무원 임용을 축하드립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이서희)  저는 양주시 사서직 이서희라고 합니다. 32살이에요.

최혜주)  파주시 중앙도서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서 최혜주입니다. 나이는 28살이구요.

김송아)  저는 과천시 문원도서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서 9급, 26살 김송아입니다. 반갑습니다.

이정민)  안녕하세요, 저는 남양주시 진적도서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서 이정민입니다.

              나이는 25살이에요.

Q  경기도인재개발원 시설과 교육과정은 마음에 드셨나요?   교육과정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있었다면요?

이서희)  제가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직렬별 대화시간이었어요. 아무래도 같은 시의 동기들만 알다보니 서로 업무 고충 같은 것들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다른 시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서로다른 상황에 대해서 이해하게 되고, 또 제가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어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김송아)  저는 난타 공연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서로 잘 몰랐던 사람들끼리 모여 준비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공연을 완성하기 위해 같이 노력하고, 연습하고, 소통하고 화합하는 그 과정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도서관은 모두가 함께 하는 꿈의 공간, 이곳에 평생을 바칠 수 있다면...

Q  공무원이 되겠다고 결심하게 된 이유와 시기는요?

최혜주) 저는 공무원을 먼저 생각하기 보다는 사서직을 먼저 생각했어요. 그런데 공공기관이 아닌 일반도서관에서는 상황이 많이 안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원하는 사서로 오랫동안 일하기 위해서는 재정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또 사설로 넘어간다거나 이럴 확률이 낮은 공무원을 택하게 되었어요.

이정민) 저는 중.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사서가 되고 싶다고 생각을 했어요. 저는 독서를 굉장히 좋아한다기보다는 도서관이라는 공간 그 자체를 좋아했거든요. 도서관에서 책만 읽는 것이 아니라 영화도 보고 휴식도 취하고,  또 놀 거리도 있고요.  시험기간에는 공부도 하잖아요.  도서관이라는 공간이 남녀노소 불문하고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아,  이런 곳에서 평생 일할 수 있으면 좋겠다’란 생각을 가지고 계속 꿈을 키워왔어요.

이서희) 저도 사서가 꿈이었어요. 공무원이 되기 전 2년 정도 도서관에서 계약직으로 근무를 한 경험이 있었는데요, 일을 하다보니까 앞으로도 계속 근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사서직이 비정규직이 많거든요. 계약이 끝나고 나면 연장을 하는 것도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힘들었던 수험 기간, 그래도 나만의 비법으로 극복했다

Q  수험 기간은 얼마나 되었나요? 준비는 잘 되던가요?

최혜주) 저는 수험기간이 2년 정도 됐던 것 같아요. 집중력이 약한 편이라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고 인터넷 강의도 열심히 들었어요. 또 전공과목 같은 경우에는 강의하시는 분이 드물어서 노량진 학원에 직접 가서 수업을 들었어요.

Q   각자 특별한 수험방법이 있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김송아) 저는 수험기간이 6개월 정도였는데 합격 수기 같은 것을 많이 봤어요. 선배들의 합격수기를 많이 보면서 제가 할 수 있는, 저만의 방법을 찾으려고 했어요. 선배들 합격수기를 보면서 자극도 많이 된 것 같아요. 공부하기 싫을 때도 많았는데, 그걸 보면서 ‘나도 꼭 돼고 말거야’라는 자극을 받았죠.

Q  교재나 문제집을 고를 땐 어떤 기준으로 선택했나요?

이서희) 저는 합격수기를 보고 선배들이 많이 선택했던 유명강사의 교재를 골라서 기출문제 위주로 공부했어요. 단기간에 준비를 하느라 기본서를 다 볼 시간이 없어서 문제와 해설을 보면서 공부했습니다.

최혜주) 개인 공부스타일에 따라 다르지만 저는 전체 큰 줄기를 보지 않으면 세세한 것들이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 편이에요. 그래서 교재를 선택할 때 단원별 요약이나 끝마무리가 잘 되어있는 것을 선택해서 우선 전체적인 흐름을 보고 세부내용으로 파고 들어갔죠.

Q   요즘엔 학원 강의나 그룹스터디도 많이 활용하는데 도움이 되었는지요? 도움이 되었다면 자기만의 활용노하우를 들려주시겠어요?

최혜주) 과목 스타일에 따라 다를 것 같아요. 단순암기가 많이 필요한 과목은 그룹스터디가 많이 도움이 됐어요. 공무원 시험공부가 어렵고 심도 있다기보다는 단순한 걸 반복적으로 하는 부분도 많은데 그런 과목들은 그룹스터디를 하면서 준비했어요.

김송아) 저는 독서실이나 도서관에서 하루에 10시간 정도 혼자 공부를 했는데 혼자 하다보니까 많이 지치더라고요. 그래서 점심 먹고 가장 졸릴 시간에 그룹스터디를 했어요. 시간을 체계적으로 쓸 수 있더라고요. 그리고 아침에는 기상스터디를 했어요. 요즘엔 카카오톡을 많이들 하는데 카톡으로 일정범위 내에서 문제를 내고 답하고 이러면서 자극을 많이 받았어요.

Q  잘하는 과목과 못하는 과목이 있었을 텐데 취약과목은 어떻게 보완하셨어요?

이정민) 저는 한국사가 약했어요. 마지막까지도 힘들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전날까지 A4용지로 다섯 장 정도로 기본만 요약해서 그것만이라도 확실하게 하자는 생각을 했어요. 운이 좋다면 문제가 쉽게 나와서 점수를 잘 받을 수도 있겠지만 어렵게 나온다면, 정말 기본이라도 하자라는 생각으로 취약과목은 끝까지 기본에 충실했던 것 같아요

김송아) 저는 영어가 부족했어요. 암기과목 같은 경우에는 솔직히 하루 정도는 걸러도 괜찮은데 영어는 하루에도 흐름이 끊겨버리면 더 이상 채울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영어는 쉬는 날에도 기본적으로 한 두 시간은 꼭 했어요. 특히 단어 같은 경우에는 매일 봤고, 그룹스터디도 매일 하고, 독해도 하루에 몇 문제는 꼭 풀자, 이렇게 정해놓고 지켰습니다.

Q   수험기간 중 슬럼프가 오기 마련인데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최혜주) 저는 무작정 밖으로 나갔다던 것 같아요. 주변 사람들 속에서 에너지를 얻는 성격이라 친구들도 만나고, 주말에는 무조건 쉬었어요. 가족 여행이라도 가게 되면 같이 가면서 극복했던 것 같아요. 주말에 쉬어야 또 그 다음주 5일을 타이트하게 공부해야 한다는 어떤 절박함이 생기더라고요.

김송아) 저는 요가를 했어요. 어떤 사람들은 한 시간을 어떻게 빼먹느냐는 사람들도 있는데 저는 운동을 하면서 극복했어요. 요즘 문화센터와 도서관이 같이 있는 곳이 많아서 아침에 운동 하고 점심을 먹은 후 공부하러 갔어요. 제가 정신력이 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데, 운동하면서 정신수양도 하고, 집중력도 많이 길렀던 것 같아요.

Q  시험에 낙방하는 경우도 있었을 텐데요, 좌절감은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최혜주) 1년 간 최선을 다해서 공부했다면 떨어지고 나서 실망을 많이 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첫 시험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았어요.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시험에 떨어지고 나서 크게 좌절하진 않았어요.

정적일줄 알았던 사서직...사람과 트렌드를 알아야 하는 직업

Q  교육받은 것과 실제 현장 근무에서 느끼는 점이 다를 텐데요, 어떠신가요?

김송아) 사서라고 생각하면 대게 조용하고 정적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고 저도 그렇게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실제로 업무를 하다보니까 그렇지 않더라고요. 제가 어린이실 담당인데 아이들을 상대로 이용자 교육도 해야 하고요. 요즘 초등학생 프로그램이 많거든요. 생각보다 활동적인 업무가 많아서 성격이 밝고 대인관계가 좋아야 잘 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더라고요. 그것 때문에 힘들어하는 분들은 또 굉장히 힘들어하는데 제가 일을 해보니 사서직도 대인관계가 많이 좌우하는 것 같았어요.

최혜주) 사람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많이 중요하더라고요. 가만히 앉아서 하는 얌전한 스타일의 사람은 오히려 공공도서관에 적응을 못하더라고요. 사람도 많이 만나고, 대화도 많이 하고, 또 정보도 많이 알아야 하고, 요즘 트렌드도 잘 파악해야 해요. 도서관에 문화행사 프로그램이 많이 있는데, 그런 부분을 잘 알아야 시민들의 호응도 좋기 때문에 그 부분에 있어서 직업적으로 민감해야 할 것 같아요.

이서희)  문화 프로그램이 아이들이나 어머니들 상대하는 부분이 많은데, 그런 부분에서 융통성이 필요해요. 또 사람 대하는 방법도 잘 알아야 할 것 같아요.

이정민) 저는 이곳이 첫 직장이에요. 책으로 배운 것들을 실생활에서도 사용할 줄 알았는데, 실제는 그것보다는 정말 사람을 대하는 것이 가장 먼저더라고요.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도서관을 이용하다보니까 그 부분이 중요한 것 같아요. 또 책에 대해서도 일반 시민들한테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공부를 더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말마다 그분들이 우리 도서관을 찾았던 이유...경청과 배려를 배웠다

Q  훌륭한 공무원이 되기 위해 필요한 자질과 덕목은 무엇일까요? 또 그런 덕목을 갖추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이서희) 아무래도 하는 일이 어린이들을 상대하는 경우도 많다 보니까 낮은 자세가 필요한 것 같아요. 저를 어렵게, 딱딱하게 느끼는 분들도 있는데요, 도서관에서 책 빌려주는 누나, 언니, 동생의 이미지로 편하게 다가가야 할 것 같아요. 또 도서관이 책을 읽으러 가는 단순한 기관에서 벗어나 주민이 그 안에서 편안하게 느끼고 마음을 열 수 있는 그런 공간으로 가꾸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최혜주) 무엇보다도 ‘경청’이라고 생각해요. 도서관은 생계 때문에 오시는 분들보다는 취미 생활, 문화생활을 즐기려고 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분들이 데스크에 와서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는 데 필수적이라기보다 어떻게 보면 사소한 이야기들일 수 있어요. 하지만 나한테 중요하지 않다고 해서 흘려들으면 불만족하고 돌아가시죠. 그냥 그분들의 한풀이나 자신만의 이야기를 해도 그저 들어드리는 것만으로도 만족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그래서 저는 시민들의 목소리,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송아) 제가 근무하는 도서관은 작고 영화를 보는 공간이 협소해서 그곳을 이용하시는 분들이 적은 편이에요. 그런데 주말마다 그곳으로 영화를 보러 오시는 분이 계세요. 그분들은 도서관에서의 여가생활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시더라고요. 저는 ‘집에 텔레비전만 있으면 다 볼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가볍게 생각했었는데 그분 말씀을 들어보니까 아니더라고요. 그분들 집에 텔레비전이 없으시데요. 주말에 도서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 그분들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여가생활이었던 것이죠.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에요. 저는 저희가 최대한 배려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분들에게는 부족한 부분이 있었던 거예요. 그 일 이후 깨달은 부분이 있었고, 저는 최대한 친절하려고 해요. 상대방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보면 되는 거예요.

이정민) 저는 책임감에 대해 느꼈어요. 솔직히 처음에는 제 업무가 아닌 부분에 대해선 ‘이게 내가 해야 하는 일이 맞나?’또 사서들은 주말에도 근무를 하는데 ‘내가 주말에 근무를 하는 것이 맞나’ 하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주말에도 밤늦게까지 공부하시는 분들을 보면서 더 책임감을 갖고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죠.

 

공무원 합격은 끝이 아닌 시작

Q 마지막으로 선배로서 수험생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조언이나 충고가 있을까요?

최혜주) 저는 공무원시험 합격이 끝이 아니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시험만 합격하면 마치 모든 게 다 해결된다고 생각하면 더 많이 좌절하고 실망하게 되더라고요. 공무원 합격이 끝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 다음을 보고, 합격이 시작이라는 생각을 하면 업무 적응하는데도 더 빨리 적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서희) 여름에 땀 뻘뻘 흘리면서 공부하는 친구들이 과연 내가 하는 공부의 목적이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제 20대는 방황의 시간이었는데 지나고 보니까 제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생각할 수 있는 시기였던 것 같아요. 꿈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간절하게 소망하는 꿈, 그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이정민) 시험이 막 끝나서 다시 시작하는 분들은 굉장히 힘들 거예요. 그런데 힘들다고 혼자서 끙끙대지 말고 주변을 한번 돌아보고, 가족이나 친구들과 대화도 나누고 의지했으면 해요. 모든 것을 혼자 짊어지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힘들 내셨으면 좋겠어요.

김송아) ‘정말 이게 마지막이다’란 생각을 하고 다들 좀 더 힘냈으면 좋겠어요. 꾹 참고 열심히 하면 노력에 대한 보상은 주어지더라고요.

 

                                                                                                   출처 : 경기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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