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열었던 사람
 -서연 서기관의 퇴직길에서-                            
                                                     

                                                   박병두

그대 황토밭에서 푸른 나뭇잎 따다가
주름진 이마에 땀 흘렸던 시절을 기억하는가.

어두운 농어업인 가슴에 
불씨를 하나 둘 심었던 고단한 날을 기억하는가.

성난 황소처럼 달려드는 바람 속에서  
동고동락으로 걸었던 사람들을 기억하는가.

책장을 넘기며 역사와 문학 이야기로 
밤새우다가 맞이한 꽃 피던 아침을 기억하는가.

때 묻지 않는 지방행정 서기보로 출퇴근하던 나날 
당신의 책상에서 엎드려 운적을 기억하는가.

청렴하게 걸어온 당신의 발소리로 깨어난 세상에
어둠을 헤치고 피어난 매화는 어디서 피는가.

낮은 자세로 공복의 서러움과 외로움을 
성실로 이겨내던 당신은, 아름다운 여 전사였다.

침묵의 언어로, 동튼 새벽과 어둠이 깊어갔던 날들이여
떠나는 당신 앞에 끝없이 펼쳐진 대망의 날들이여

아, 당신의 발자취를 따라 오는 맑은 아침이여.

 

 
 

박병두 1964년 전남 해남출생, 한신대 문창과, 원광대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5년 KBS T.V문학관 대본을 쓰면서 창작 활동을 시작해, 월간문학 '나의 동료 이야기'로 문단에 나왔다. 

작품집으로 수필집 '흔들려도, 당신은 꽃'외 3권, 시집 '해남 가는 길' 외 2권,장편소설 '그림자밟기' 외 3권, 시나리오 '외로운 외출' 외 4편, 詩산책집 '착한 사람을 보면 눈물이 난다' 등이 있다.
 고산문학상, 이육사문학상, 전태일문학상, 김달진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인송문학촌 토문재 촌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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