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차 운행하다 대형교통사고
시 "업무효율적 면에서 맡겼다"

구리시의 지시를 받고 업무를 수행하던 직원이 뜻하지 않은 대형 교통사고를 내 범법자로 몰리게 됐다. 이러한 사례는 다른 지자체들도 암암리에 실행 중으로 알려져 정확한 조사와 함께 철저한 대책이 요구된다.

구리시가 자원행정과 소속의 환경미화원에게 8톤 특수차량의 운전 업무를 맡겼다가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진공차량 (사진=이형실 기자)
구리시가 자원행정과 소속의 환경미화원에게 8톤 특수차량의 운전 업무를 맡겼다가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진공차량 (사진=이형실 기자)

시 자원행정과 소속 환경미화원 신분의 A씨는 지난 3일 오전, 가로청소용으로 배당된 공용차량인 진공차 8톤 특수차량으로 인창동 배탈고개 부근의 도로를 청소하던 중 횡단보도를 건너는 노인(여 75)을 인지하지 못하고 윤화 사고를 냈다. 신호위반으로 알려진 이 사고로 인해 노인은 사망했고 A 씨는 불구속 입건 상태다.

사고를 낸 A씨는 7년 전 구리시 환경미화원직에 선발된 후 환경미화원 신분으로 도로 청소에 투입돼 근무하던 중 3년 전부터 이 사고 차량을 운전하는 업무를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고가 발생하자 A씨 운전행위가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시가 A씨에게 ’운전업무를 맡긴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인지 시는 전 직원의 성금을 모아 합의금을 마련해 전달하는 수순으로 마무리 지을 방침이지만 부당한 업무지시로 인해 평생 전과자라는 주홍글씨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A씨에 대한 윗선의 한계와 책임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A씨와 관련, 뒷받침하는 법규가 있다. 시가 2013년 4월26일 시행한 ‘구리시 환경미화원 관리 규정’ 제2조 1항에서 ‘환경미화원이란 일반 교통에 통용되는 주요도로와 간선도로 가로청소 및 가시권내에 발생하는 쓰레기·토사·낙엽 등을 수거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와 함께 2017년 2월 21일 시행된 ‘구리시 공용차량 관리 규칙’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 규칙 제 18조엔 ‘부서의 장(자원행정과)이 차량정수 배정을 요청할 때는 운전원 정원에 관해 인사부서장과 협의해야 한다’와 제21조 1항 ‘집중관리부서(회계과)는 부서(자원행정과)에서 보유한 공용차량과 운전원을 총괄 관리해야 한다’ 2항엔 ‘제2관리부서(자원행정과)는 공용차량의 배차관리 등 운행관리만 담당한다‘ 명시돼 있다. 

앞에서 제시한 법규에 의하면 환경미화원과 운전원은 별개의 업무이며 관리하는 부서도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즉, 환경미화원 업무는 운전이 아니라 청소이며 운전은 운전원의 고유 업무로 회계과가 관리한다. 자원행정과와 회계과가 업무를 등한시한 셈이다. 따라서 환경미화원의 진공차 운전은 법규를 위반한 것이며 운전을 맡긴 사람이 시장이 됐든 국장이나 과장이 됐든 부당한 지시를 한 것으로 귀결된다. 법규를 손질하지 않는 한 이러한 사례는 계속 발생할 공산이 크다.

이와 관련 처음에는 시의 주장도 만만치 않았다. 시는 공용차량 관리규칙 제36조 ’직원자가운전제‘를 거론하며 ‘대형면허가 있으면 누구든지 운전이 가능해 문제 될 것이 없다’는 논리와 함께 환경미화원 관리규정 제14조 제1항 ‘환경미화원의 업무는 도로청소이며, 그 밖에 시장이 지정하는 업무로 한다’는 조항의 ‘시장이 지정하는 업무’를 들이대며 맞서기까지 했다. 

시의 관계자는 “업무상 운전원과 괴리가 있어 몇 년 전 다른 지자체의 운영체계를 알아본 결과 대부분 대형면허를 소지한 환경미화원에게 운전업무를 맡겨 운영해 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업무 효율적 면에서 성실하고 조건에 맞는 미화원에게 운전업무를 맡겨 운행해 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현재 운행 중인 특수차량 들도 같은 방식으로 운영 중”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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