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개막 한국여자오픈 출격…코스 짧아져 언더파 우승 기대

▲ 박성현 (연합뉴스 제공)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대세'로 자리 잡은 박성현(23·넵스)은 작년 이맘땐 '미생'(未生)에 불과했다.

롯데칸타타여자오픈 준우승 한 번으로 이름은 알렸으나 우승 한차례 없는 '미완의 대기'였을 뿐이다.

박성현은 그러나 지난해 6월 메이저대회인 한국여자오픈을 제패해 생애 첫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한번 우승 물꼬는 튼 박성현은 1년 사이에 7개의 우승컵을 보태 한국여자골프의 간판선수로 성장했다.

이번 시즌에는 8개 대회에서 4차례 우승해 50%라는 놀라운 승률을 자랑한다.

우승 못한 4개 대회에서도 두차례 톱10에 진입해 톱10 입상률 75%로 1위를 달리는 박상현은 상금(5억6천만원), 평균타수(69.52타), 그린 적중률(81.48%) 1위에 올라 '지존' 자리를 넘본다.

특히 박성현은 장타 1위(평균 267.75야드)를 굳게 지키면서 '장타여왕'이라는 브랜드를 단단히 구축했다. 오늘날 박성현이라는 스타 탄생의 산실이 바로 한국여자오픈인 셈이다.

박성현은 오는 16일부터 나흘 동안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장 유럽·오스트랄아시아 코스(파72·6천53m)에서 열리는 한국여자오픈에 출전한다.

박성현의 올해 목표 가운데 하나가 한국여자오픈 2년 연속 우승이다. 박성현은 이번 시즌에 앞서 "상금왕, 매치플레이 대회 우승, 한국여자오픈 타이틀 방어"를 3대 목표로 공언한 바 있다.

생애 첫 우승을 일군 대회라는 각별한 인연 때문만은 아니다. 2억5천만 원이라는 거액의 우승 상금도 매력적이지만 무엇보다 한국 골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대회이고 까다로운 코스 세팅으로 진정한 실력을 가리는 무대라는 사실이 박성현의 입맛을 돋운다.

한국여자오픈은 올해 30회째를 맞는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A)선수권대회 다음으로 역사가 길다. 하지만 대회 권위와 무게감은 KLPGA선수권대회에 앞선다.

한국여자오픈은 대한골프협회(KGA)가 주관하는 내셔널 타이틀 대회다. 세계 어디서나 각국 골프협회가 주관하는 내셔널 타이틀 대회는 최고 권위의 대회다. 내셔널 타이틀 대회를 치르는 세계 각국 골프협회는 다른 나라 내셔널 타이틀 챔피언만큼은 인정하고 예우한다.

한국여자오픈은 2년 연속 우승이 어려운 대회이다. 지난 29년 동안 단 4명만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 송보배가 2003년과 2004년 연속 우승한 이후 12년째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선수가 없다.

박성현은 두산매치플레이 챔피언십 우승 이후 제주도에서 치른 2개 대회에서 부진했다. 롯데칸타타여자오픈과 S-Oil 챔피언스에서 아웃오브바운즈(OB)에 발목이 잡혀 우승 경쟁에서 밀려났다.

그러나 S-Oil 챔피언스 최종 라운드에서 감을 잡았다. 공동16위로 나선 최종 라운드에서 6언더파 66타를 때려 순위를 공동4위까지 끌어올렸다. 특히 마지막 4개홀을 모두 버디로 장식한 건 고무적이다.

박성현의 대회 2연패는 그러나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박성현처럼 '미생'에서 '완생'(完生)으로 거듭나려는 경쟁 선수의 면면이 만만치 않다.

올해 2차례 우승을 거두며 상금랭킹 2위를 달리는 장수연(22·롯데)의 상승세가 특히 부담스럽다. 장수연은 다승과 상금 뿐 아니라 샷 정확도를 가늠하는 그린 적중률에서 박성현에 이어 2위(76.91%)에 올라있고 평균타수도 3위(70.66타)를 달린다.

최근 5개 대회에서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 우승을 포함해 4차례가 3위 이내 입상이다.

정교한 샷과 실수가 없는 안정된 경기 운영을 앞세워 생애 첫 우승을 일궈낸 E1 채리티오픈 챔피언 배선우(22·삼천리)와 박성현 못지않은 장타 능력으로 마침내 챔피언의 반열에 오른 S-Oil 챔피언스 우승자 박지영(20·CJ오쇼핑)도 변별력 높은 한국여자오픈 코스 세팅에서는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지난 대회 준우승자 이정민(24·비씨카드)과 아이언샷이 정교한 고진영(21·넵스), 장타력이 뛰어난 김민선(21·CJ오쇼핑), 그리고 풍부한 경험으로 난코스에서 버틸 줄 아는 김해림(27·롯데) 등도 주목할 선수다.

이밖에 대회 때마다 폭발적인 샷을 한차례 이상 선보이는 이소영(19·롯데)과 김아림(21·하이트진로), 이정은(19·토니모리), 이다연(19) 등 겁없는 신인 그룹의 활약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올해는 대회 코스 난도를 작년보다 낮춘 것도 변수다. 모두 11개 홀 티잉그라운드를 앞으로 당겨 전장이 170m 가량 짧아졌다.

페어웨이도 작년보다 더 널찍하게 조성했고 러프 길이도 65㎜로 작년보다 짧아졌다.

지난해 대회가 파세이브 경쟁이었다면 올해는 버디 사냥 능력 테스트도 겸한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선수 출신인 오선효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장 지배인은 "4라운드 합계 7∼8언더파 정도는 쳐야 우승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작년에는 한 명도 언더파 스코어를 낸 선수가 없었다. 박성현의 우승 스코어는 1오버파 289타였다.

오 지배인은 "그래도 전장이 다른 코스보다 여전히 길고 그린이 단단하고 빨라서 장타력과 정교한 아이언샷에 퍼팅 실력까지 두루 뛰어난 선수가 아니면 우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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