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가족협의회 주최 '기억식'부터 걷기·문화제·촛불잇기까지

▲ 세월호 참사 2주년인 16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열린 '진실을 향한 걸음'행사에서 참석자들이 합동분향소를 출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은 16일 오후 2시 경기 안산 정부합동분향소에서 희생자와 미수습자를 추모하는 걷기 '진실을 향한 걸음' 행사가 시작됐다.

이슬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노란 우비를 입고 모여든 시민 1천500여명(경찰 추산)은 가슴이나 가방에 노란 리본을 달고 긴 대열을 이뤘다.

선두에 선 풍물패는 사물놀이 공연으로 흥을 돋웠다. 미수습자를 상징하는 9개의 대형인형, 희생자를 의미하는 304개의 탈과 꽃만장이 그 뒤를 따랐다.

대열은 가족·연인·친구들과 함께 나온 시민들부터 휠체어를 탄 장애인, 목발을 짚은 환자, 교복을 입은 학생, 파란 눈을 가진 외국인들까지 다양하게 구성됐다.

이들은 분향소를 출발, 서울프라자를 거쳐 삼일로를 따라 단원고에 도착한 뒤 화정천을 통해 분향소로 되돌아 오는 5km 가량의 코스를 1시간 30분에 걸쳐 걸었다.

일부는 단원고에 도착한 뒤 기억교실(존치교실)에 들러 책·걸상, 사물함 등 희생자들의 온기가 남아있는 기억물품을 둘러보며 넋을 위로하기도 했다.

다시 분향소로 돌아온 시민들은 추모 문화제 '봄을 열다'가 열린 화랑유원지 대공연장으로 이동했다.

문화제에서는 각각 304명의 북소리 연주자, 청소년 합창단, 기타 연주자들이 준비한 다채로운 공연이 이어졌다.

안산에 사는 이정아(31·여)씨는 "우리 이웃이 당한 끔찍한 사고를 외면할 수 없어 추모제에 참여했다. 2년 동안 유가족이 흘린 눈물을 조금이나마 닦아주고 싶었다"며 "진실은 언젠가 밝혀질테니 유가족이 힘을 냈으면 한다. 지역 주민들도 힘을 보태겠다"고 전했다.

▲ 16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2년 기억식'에서 단원고 2학년 3반 고 박예슬 동생 박예진이 언니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앞서 오전 10시께에는 분향소에서 세월호 2주기 추모제인 '기억식'이 열렸다.

기억식에는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남경필 경기도지사,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제종길 안산시장, 이석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장 및 4·13총선 당선인부터 지역 주민들까지 각계 각층의 인사 2천500여명(경찰 추산)이 참석했다.

안산 전역에 추모사이렌이 울려퍼지자 참석자들은 묵상을 하며 2년 전 참사의 그날을 기억했다.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다시 봄이 왔지만, 우리에게는 여전히 (2014년)4월 16일"이라며 "사람들은 아직도 세월호냐고 말하지만, 아이들이 왜 죽어야 했는지 밝혀내야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참사 이후 참사보다 더 끔찍한 국가의 민낯을 보게 됐다. 가만히 있지 않고 끝까지 진실을 밝혀내겠다"며 "희생된 304명의 생명은 5천만 국민의 생명과도 같다. 참사를 밑거름 삼아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데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뒤이어 발언에 나선 참석자들도 "다시는 세월호 같은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남 지사는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희생자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했고, 이 교육감은 "안전한 학교를 만들어 희생된 학생들의 꿈을 이어가겠다"고 말하며 고개를 떨궜다.

2학년 3반 고 박예슬 학생의 동생 박예진 양은 언니에게 보내는 편지글을 낭독해 보는 이들을 숙연케 했다.

박양은 "아직 언니의 목소리가 들리고 언니의 모습이 아른거려. 나를 안아주던 언니의 품속이 그리워"라며 "우리가 함께 걸었던 그길을 혼자 걷다보면 '남부럽지 않은 자매가 되자'던 약속이 떠올라"라며 끝내 눈물을 쏟았다.

기억식은 세월호 사고 발생 순간부터 2주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기억영상' 상영, 안산시립합창단 및 416가족합창단의 합창, 성우 김상현의 기억시 낭송, 가수 조관우의 '풍등' 공연, 공동선언문 낭독으로 이어졌다.

기억식이 끝난 뒤 유가족과 시민들은 분향소를 찾아 희생자들을 그리며 분향했다.

한동안 발길이 뜸했던 분향소는 크게 붐벼 입구 밖으로는 긴 줄이 생겼고, 희생자들의 영정 앞에는 금세 국화꽃이 수북이 쌓였다

같은 시간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로 세월호 참사 2주기 추모제를 연 단원고 교사와 학생 400여명도 분향소로 와 하늘로 수학여행을 떠난 제자와 선배들을 추억했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참사 2년이 지났는데도 많은 분들이 기억하고 행동해주신 점에 대해 감사한다"며 "총선 결과 세월호 참사 과제와 관련 유가족들에게 약속을 해준 정치인들이 다수 국회에 입성한 점도 고무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세월호 2주기 이후에도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특별법 개정, 특검 실시, 선체 인양 및 조사 등 남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이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안산에서 예정된 추모제를 모두 마친 유족과 시민들은 오후 7시 서울 광화문에서 열리는 범국민추모문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버스 10여대에 나눠 타고 이동한다.

이와 별도로 서울로 가지 못하는 시민들은 단원고 정문에서 열리는 '촛불 잇기' 행사를 개최, 안산에서도 저녁까지 추모를 이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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