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사업부서와 1대1 연결해 노하우 전수…'글로벌 진출 허브'

 "최고 수준으로 협력하면 좋겠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지난 2일 방한 중 판교의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를 직접 찾아 황창규 KT 회장으로부터 스타트업 육성 전략에 관한 설명을 듣고 이 같이 말했다. 

전국 17개 센터 중 경기센터를 대표로 방문한 리 총리는 10년 전인 2005년 9월 랴오닝성 당서기 자격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 들러 당시 총괄 사장이던 황창규 회장의 안내를 받은 적이 있다.

리 총리의 경기센터 방문과 협력 강조는 유망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사업화와 해외 시장 진출을 돕는 데 역점을 두는 경기센터의 장점이 드러난 대목이었다. 

지난 2일 경기센터를 방문한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오른쪽)가 황창규 KT 회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이미 경기센터는 지난 7월 아시아 최대 ICT 박람회인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상하이'에 스타트업 5곳을 참여시켜 전시·홍보 기회를 주고 실제 투자 유치를 이끌어 냈다.

특히 MWC 상하이 행사장에서 국내 우수 스타트업을 알리기 위한 'K-챔프관'을 열어 해외 바이어들의 관심을 끌었다. 

'글로벌 진출 허브'를 표방하면서 해외 창업 지원기관인 오렌지 팹과 연계, 프랑스 파리와 일본 도쿄에서 열린 데모 데이에 신생 벤처기업이 참여할 기회도 마련했다. 

경기센터 관계자는 "스폰서인 KT의 사업 노하우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며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구현할 자원이 부족한 스타트업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경기센터에는 스타트업 약 20곳이 둥지를 틀고 있다.

경기센터는 KT 주요 사업부서 임원과 센터에 입주한 스타트업을 1대1로 연결해 맞춤형 상담을 하고 있다. KT는 새 성장동력을 찾고 스타트업은 노하우를 전수받는 선순환 구조다. 

아울러 경기센터는 사물인터넷(IoT), 핀테크, 게임, 이동통신 등 KT와 협력할 수 있는 분야의 벤처·중소기업이 상시 사업을 제안하고 투자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핫라인을 개설했다. 

불과 두달여 만에 핫라인을 통해 약 100건의 사업 제안을 접수했고, 이 중 일부는 KT 사업부서에 전달해 구체적인 검토가 이뤄지도록 했다. 

경기센터 내 핀테크 지원센터에는 금융기관 상담 인력 10명이 상주한다. 이들은 보안, 빅데이터 등 핀테크 핵심 기술의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아이디어 시장성을 평가해 상용화를 돕는다.

경기센터에 입주한 한 기업 관계자는 "평소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제공받는 것만으로도 안정감을 느낀다"며 "더구나 스타트업으로서 다양한 기회를 얻어 경영에 도움을 받는다"고 말했다. 

홍채 인식 솔루션을 개발한 '이리언스'는 경기센터가 자랑하는 대표 스타트업이다. 지난 5월 IBK기업은행과 전자금융 보안사업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핀테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KT 자회사인 BC카드와 KT텔레캅은 홍채 인식 기술을 활용한 인증·보안 서비스와 출입 통제 시스템을 상용화할 수 있도록 이리언스를 지원하고 있다. 

말을 할 때 귀에서도 목소리가 흘러 나오는 원리를 활용해 마이크와 스피커를 귀 안에 삽입하는 방식의 유·무선 이어셋을 개발, 조용한 음성 통화를 구현한 '해보라'도 인기다. 

이밖에 와이파이를 이용해 안전운전 보조기기를 개발한 'GT', 다양한 IoT 기기에 적용할 수 있는 스마트 센서를 내놓은 '울랄라연구소', 원거리 터치 기술을 보유한 'V터치' 등이 있다. 

대규모 상용화에 성공한 스타트업이 아직 나오지 않은 점, 더 많은 스타트업이 입주할 공간이 부족한 점, 수년 뒤에도 시설과 역할이 유지될지 불투명한 점 등은 경기센터의 과제다. 

다만 단기 실적에 쫓겨 보육 기업을 무작정 늘리기보다 내실 있는 기업을 엄선해 지원을 집중하는 것이 경기센터의 향후 전략이다. 

임덕래 경기센터장은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1대1 매칭은 '신의 한수'"라며 "꾸준한 지원이 이어진다면 스타트업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임덕래 경기혁신센터장-인터뷰

임덕래 경기 창조경제혁신센터장은  인터뷰에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스타트업의 성공 신화를 이끌어 내 젊은이들 사이에서 창업 붐을 일으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KT[030200]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가능성 있는 신생 벤처기업들에 외부 전문가 멘토링을 제공하고, 아이디어의 사업화, 마케팅, 해외 시장 진출 등을 돕고 있다고 강조했다. 

임 센터장은 KT그룹에서 33년 동안 근무한 통신업계 베테랑이다. KT 마케팅전략팀장, SI사업본부장, 공공고객본부장과 KT네트웍스 부사장, KT CS[065770] 대표이사 등을 지냈다.

다음은 임 센터장과 일문일답.

-- 과거 KT그룹에서의 경력이 화려하다. 

▲ 신사업 개발 분야에서 주로 근무했다. KT CS 대표이사 때 스팸 전화를 차단하는 애플리케이션인 '후후'를 선보였다. 현재까지 1천750만명이 다운로드 했다고 한다. 그걸 만들면서 기술 중심이 아닌 이용자 중심의 서비스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다. 기업이 기술만 가지고 시장에서 승부를 보려고 하면 실패한다. 그 때 경험이 혁신센터 운영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 경기 혁신센터는 무슨 일을 하나. 

▲ ICT 분야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한다. 다만 경기도에는 경기중소기업지원센터처럼 규모가 크고 노하우도 풍부한 스타트업 지원 기관이 많다. 비슷한 것만 하면 더 잘하기 어렵다. 우리는 사업화 뿐만 아니라 마케팅과 해외 진출, 궁극적으로는 엑시트(투자금 회수)까지 가능한 스타트업을 키우려 한다. 스타트업을 KT 사업부서, 성공한 기업가 등과 연결해줄 수 있는 네트워크도 강점이다. 

-- KT의 사회적 책임을 외주화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 그렇게 볼 수도 있다. 대기업 안에서는 스타트업에 중요한 자유로운 사고와 빠른 의사결정이 어렵기 때문에 지원 기관도 외부에 있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오히려 혁신센터가 KT에 큰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누구나 참여해 기술을 공유하고 더불어 발전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갖춘 셈이다. 여러 모로 신의 한 수라고 할 만한 선순환 구조다. 

-- 혁신센터를 운영하면서 아쉬운 점은.

▲ 현재 약 20개 기업이 혁신센터 시설을 이용하는데 솔직히 입주 공간이 턱없이 좁아서 안타깝다. 지원 프로그램 위주로 운영하는 데 반드시 공간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마음 같아서는 1층과 5층 뿐 아니라 이 건물 전체를 쓰면 스타트업에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것 같다. 

-- 임기 중에 이루고 싶은 목표는. 

▲ 센터장 임기는 2년이고 연임할 수 있다. 짧은 시간이지만 그동안 세계적으로 누구나 알 수 있는 성공한 스타트업을 키우는 것이 목표다. 양궁의 김수녕, 골프의 박세리 같은 성공 사례가 나오면 젊은이들 사이에서 창업 붐이 일어날 수 있다. 알리바바 그룹을 설립하고 키운 중국의 마윈 같은 창업가를 꼭 발굴하고 싶다. 

-- 스타트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시대라 보는가. 

▲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작은 기업이 크게 성장하려면 기회를 잘 잡아서 어떤 변곡점을 넘어서야 한다. 혁신센터는 그걸 도우려고 하는 것이다. 다만 공부 잘하면 공무원 시험 준비하는 젊은 세대가 우선 기업가 정신을 갖고 창업에 도전하는 것이 우선이다. 

-- 수년 뒤에도 혁신센터가 유지될까

▲ 스타트업이 주도하는 산업 발전은 누구나 동의하는 이 시대 트렌드다. 창조경제라는 모토가 과거 녹색성장처럼 사라진다고 해도 이런 흐름, 방향성은 여전히 유효할 것으로 본다. 빠른 변화에 적응하면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스타트업 육성 외에는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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