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도 싱글음반 이어 정규앨범…음원유통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전략

올여름 빅뱅의 '음원 쪼개기' 전략이 성공했다.
5월부터 8월까지 매월 1일 두 곡의 신곡을 선보이는 빅뱅은 7월까지 총 6곡의 신곡을 히트시켰다.

5월 '루저'와 '배배'를 시작으로 6월 '뱅뱅뱅'과 '위 라이크 투 파티', 7월 '이프 유'와 '맨정신'까지 신곡을 낼 때마다 각종 음원차트 1·2위를 수일간 석권했다. 가온차트 5월 월간 디지털 종합차트에 따르면 '루저'와 '배배'는 각각 1·2위를 기록했다.(6·7월 월간차트 미집계)
한 장의 앨범에서 타이틀곡 1~2곡에만 음악팬들의 이목이 쏠린다는 점에서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의 영리하고 자신감 있는 선택이 올여름 가요계를 강타한 셈이다.

이미 YG는 지난 4월 이 전략을 발표한 만큼 다른 가수들은 해당 날짜를 피해 음반 출시일을 잡느라 분주했다. 빅뱅의 음원 파워를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걸그룹 소녀시대도 형태는 다르지만 여러 곡을 알리기 위한 '쪼개기'란 측면에서 유사한 전략으로 돌아왔다.
소녀시대는 7일 밤 10시 선행 싱글이란 이름으로 '파티'와 '체크' 등 두 곡의 신곡을 먼저 공개한다. 이어 '라이언 하트'(Lion Heart)와 '유 싱크'(You Think)를 더블 타이틀곡으로 한 정규 앨범을 차례로 발표한다.

올여름 싱글 타이틀곡 '파티'와 정규 앨범 타이틀곡 2곡 등 총 3곡으로 활동한다는 계획이다.
 

대형 그룹들이 이러한 필승 전략을 세운 건 음악 시장이 CD에서 음원으로, 음원 시장 역시 다운로드에서 스트리밍으로 소비 주기가 짧아지는 현상이 가속화됐기 때문이다.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 최광호 사무국장은 "디지털 시장으로 넘어오면서 여러 곡의 묶음 상품인 CD를 내면 타이틀곡 한 곡 외엔 매출이 거의 안 나오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이젠 개별 곡 판매가 가능하고 소비 주기는 한층 짧아졌다. 빅뱅은 타이틀곡 외에 다른 좋은 곡들이 묻혀버리면 소모적이고 매출 발생도 줄어드니 이 방법을 택했다. 변화된 유통 패러다임에서 디지털 싱글로 쪼개 내고 그걸 모아 앨범을 내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쪼개기 전략이 새로운 건 아니다. 이미 윤종신이 2010년 3월부터 '월간 윤종신'이란 타이틀로 매월 신곡을 발표했고, 빅뱅과 같은 소속사 걸그룹 투애니원이 2013년 7·8·11월 잇달아 신곡을 냈다. 또 작곡가 용감한형제가 데뷔 10주년 싱글을 꾸준히 선보였으며, 개그맨 유세윤이 '월세 유세윤'으로 매월 신곡을 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 전략의 뚜렷한 성공 모델이 된 건 빅뱅이 처음이다.

최 사무국장은 "여러 가수가 생각하는 전략이지만 빅뱅같은 대어급이 아니면 시도해 성공하기까진 쉽지 않다. 투애니원도 빅뱅 같은 반응을 얻진 못했다"며 "계속 신곡을 내면 이미지 소모로 생명력이 줄어드는 리스크가 있음에도 빅뱅은 퀄리티 높은 음악과 대중적인 인지도, 프로모션 기반에 대한 자신감에서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가요계에선 볼멘소리가 터져나온다.
중소 기획사들은 '음원 깡패'인 빅뱅이 YG란 대형 기획사의 마케팅 물량을 바탕으로 매월 초중반 음원 차트를 독식한다는 점을 꼬집었다.

한 중형 음반기획사 홍보 실장은 "매월 1일이 되면 빅뱅의 신곡이 1·2위를 차지한다. 씨스타, 걸스데이 등의 인기 걸그룹들이 컴백할 때면 잠시 1위를 내주기도 하지만 빅뱅의 여러 곡이 한꺼번에 10위권에 있다"며 "빅뱅의 음원차트 잠식이 고충"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아이돌 그룹 기획사 대표도 "중소 기획사들은 온라인 마케팅 등 프로모션 측면에서 YG나 SM보단 확연히 열세다. 그러니 억대를 들여 음반을 만들어도 이슈 몰이를 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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