武陵磐石 무릉반석엔  眞空妙有 진공묘유

동해 두타산과 청옥산 사이에서 흐르는 무릉계곡의 밤은 고요하다. 가까이 들리는 계곡 물 소리, 하늘에 뜬 달은 보름달 武陵磐石엔 眞空妙有의 깊은 달밤이다. 

군불에 익어가는 온돌은 어느 덧 마음까지 따뜻하게 한다. 황토 방에 홀로 앉자 결가하고 있노라면, 무릉계곡의 밤이 깊어가는 소리가 소록소록 들리고, 차 향기는 밤의 정취를 더욱 그윽하게 한다. 달밤 수묵화로 그려진 투타 산 무릉반석, 깊은 숲, 맑은 어둠을 지나 천만 년의 세월을 노래하고 있다. 

보름 달빛을 등불 삼아 먹을 간다, 이따금 어두운 밤도, 환히 빛나는 모습으로 그려보고 싶다. 화선지의 여백을 먹색으로 채워 빛나는 어둠을 그려보고 싶다.

이런 밤, 하얀 화선지를 펼쳐 먼저 큰 스님을 모신다. 그 다음 차를 달이고 염타래할 작은 스님을 화선지 한 자리에 넣어본다. 

천년의 침묵으로 묻힌 밤, 곁에 흐르는 무릉의 계곡물 소리 들으며  앉아 結跏결과 후 두 눈을 감고 순수한 영혼을 찾아 내면 깊은 곳으로 걸어간다. 무릉 반석에 새겨진 글씨들 고려시대 이승휴의 살던 자취도, 단원 김홍도 선조의 무릉계 한폭의 명화를 바라보며 먹도 갈고 茶차 한 잔 마시는데 흘러내린 보름 달빛에 씻긴 그림 속 찻잔이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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