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무 기자
정연무 기자

[일간경기=정연무 기자] 차라리 그럴듯한 거짓말이 그리운 요즘이다.적어도 정치권이 쏟아내는 증자살인(曾子殺人), 삼호성인(三人成虎)격 우격다짐 따위에선 더욱 그러하다.
이들로 인해 자고 나면 회자 되는 진실 없는 '가짜뉴스'는 ‘대안적 사실’의 형태로 포장된 ‘헛소리’일 뿐이다.
이들은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면서 듣기 싫은 진실보다는 듣기 좋은 거짓만을 들으며, 사실에 대한 최소한의 합의와 전문가의 권위에 대한 신뢰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어 민주주의 근간을 허물고, 대척점에 있는 진영들이 각각 자신들의 정보에만 의존해, 상대를 가짜로 부풀리기 때문이다.
정치권발 거짓 정보와 그것을 믿고 행하는 ‘내편들기’식 집단행동이 그렇고, ‘패미니스트’라고 칭하는 일부 집단의 일부 행동이 그러하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진실의 정체성을 가장 강하게 훼손하는 그룹 중 하나는 단연 정치 정당일 것이다.
수십 년간 이어진 이들의 행태는 최근, 그 어느 때 보다 심각한 양극화 정치로 변질되면서 지지층을 향해 팬덤 결성을 강요하고 거짓을 권한다. 
이로 인해 이 땅의 선량한 국민은 자신이 곧 직면할지도 모르는 불이익 따위는 생각지도 못한 채 ‘무조건 내 편 지지’에 몰입하게 되고, 정당의 정책이나 이와 유사한 것에 대한 것을 결정하는 유권자로서의 역할은 중요하지 않게 됐다. 단지 지지하는 정당의 멤버쉽 회원일 뿐이다.
결국, 인위적인 팬덤으로 무장한 정치권의 몰염치한 양극화 시도로 “내 편 편향”이 도를 더하고, 진실과 거짓이 뒤섞이고, 자기의 존재 근거를 타자 부정을 통해 성취하려 하는 모습만 곳곳에서 발생시키면서 나라를 두 쪽 냈다. ‘내 편 정치’, ‘국민 갈라치기’는 그렇게 시작됐다.  

◇탈진실...가짜뉴스
지난 7월 19일 청담동의 한 술집에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법무부장관, 김앤장 변호사 30여명과 이세창 전 자유총연맹 총재권한대행등이 한자리에 모여 밤 12시가 넘은 시각까지 노래하며 술을 마셨다는 황당한 의혹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김의겸의원이 국감장에서 한동훈 법무부장관에 추궁했던 3류 소설보다 못한 이 이야기에 민주당 관련 핵심인사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나서며 의혹을 부각시켰다.
당 정책위의장은 “제2의 국정농단”이라 했고, 최고위원은 전담팀 구성을 제안했으며, 원내대표가 특검 수사를 주장했다. 맹목적인 친야성향의 유투브 매체들은 단일대오로 의혹을 부풀렸고, 민주당 인사가 수장인 권익위도 “공익신고 검토”로 의혹 증폭의 한 축을 담당했다. 
결국, 이 의혹은 최초 목격자로 알려진 여성이 지난 23일 경찰에 출석해 “그 내용이 다 거짓말이었다”고 진술하면서 허위로 드러났다.
그렇게 가짜뉴스 확성기 노릇을 한 이들은 정쟁과 선동에 몰두해 전형적이고 상징적인 ‘탈진실 사건’을 만들었다.
그럼에도 아무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은 이런 현상을 확대하거나 활용하면서 스스로 정치를 무너뜨린 행태를 멈출 생각조차 없어 보인다.

◇작금, 대한민국 정치판은..
정당 간의 협치가 사라지고, 국민통합은 요원한 채, 극한 대립과 투쟁만 남아 비판(선동)만 있고, 대안(정책)은 없어지면서 진영 간에, 그동안 쌓여온 갈등이 이제는 증폭돼 합의점이나 중립 지대를 찾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면서 균형을 잡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적어도 지금의 여, 야가 공존하는 한 이 나라 정치판이 그렇다.
진영이 있는 것은 정치에서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진영을 위해 정치가 존재하면 나라는 희망이 없다. 
정치가 혼자서 대한민국을 망치고 있는 것이다. 
정치를 죽여야 하는데 이미 국민의 절반은 그 진영정치에 들어가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존하는 여러 생각들, 이해관계들을 조율하고 갈등을 조정해 사회 내의 통합을 꾀하는 게 대의제 정치이다.
타협과 협치로 상징되는 정치가 무너지고 사회적 공론이 형성되고 전문가의 권위와 합리적 토론을 통해 사회 전반의 두터운 ‘합의 기반’이 만들어지는 경로가 망가지면 반통합이 고개를 들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국민에게 남은 정치 참여는 이쪽 심판했다가, 저쪽 심판했다가 하는 지속적인 심판, 영구 심판밖에 없다.
대한민국 정치가 점점 형해화(形骸化)되고 협소화되고 있다. 
암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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