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법무법인, 구리시 인수위에 진상조사 요청
독지가에 보조금 환수 덤터기 씌운 정황 고스란히

[일간경기=이형실 기자] 구리시 한 지역아동센터의 보조금환수와 관련, 한 법무법인이 민선 8기 구리시장직 인수위원회에 진상조사를 요청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양 씨가 작성해 준 진술확인서. 심신미약으로 경황이 없던 양 씨는 2019년을 2018년으로 썼다. 그런데도 시는 이를 정상적인 물증처럼 활용했다. (사진=이형실 기자)
양 씨가 작성해 준 진술확인서. 심신미약으로 경황이 없던 양 씨는 2019년을 2018년으로 썼다. 그런데도 시는 이를 정상적인 물증처럼 활용했다. (사진=이형실 기자)

A지역아동센터 법인대표였던 양 모씨의 대리인 자격인 B법무법인은 ‘아동들에게 보금자리를 제공한 것뿐인 장애독지가를 시설장과 시가 범죄인으로 만든 의혹이 있다’며 인수위원회에 진상조사를 요청했던 서류를 최근 공개했다. 그동안 설왕설래했던 의혹들이 수면 위로 떠 오르게 된 것이다.

이 법무법인은 인수위원회가 정식 활동에 나설 무렵, 이 아동센터의 보조금 환수와 관련된 서류, 법적 근거, 녹취록, 증거자료 등 무려 4백여 페이지의 방대한 자료를 제출하고 ‘누명을 쓴 청각장애인의 억울함이 해소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민선 8기 구리시는 어떠한 연유인지 인수위원회가 해체된 지 2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아무런 답변이나 결과물을 내놓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법인이 제출한 자료는 본보가 6회에 걸쳐 보도한 내용과 일맥상통하다. 다만 보조금반환과 관련해 권모술수 과정이 오롯이 담겨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 자료엔 실제 보조금 반환대상자인 시설장을 제쳐두고 설치자에 불과한 양 씨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과정과 양 씨가 청각장애로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점을 악용한 시설장 김 모 씨가 양 씨에게 온갖 회유와 협박을 한 녹취서에 담겨 있다.

또한 시설장 김 씨를 비호하기 위한 시의 개입이 자료 곳곳에서 드러났으며 전 구리시장과의 관계도 암시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초, 김 씨가 당시 도의원이었던 전 시장에게 아동센터와 관련된 민원을 부탁하고 그에 대한 정황을 자세히 설명하는 자료도 나온다. 

법무법인이 제출한 서류에는 보조금반환과 관련된 내용이 망라돼 있다. 그중 최고의 쟁점은 양 씨가 2019년 1월 10일 시에 써 준 진술확인서. 김 씨와 시의 합작품으로 꼽힌다. 시는 이 진술확인서를 증거물로 행사해 양 씨를 보조금반환 당사자로 만들고 1억5천여만 원을 반환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 진술확인서가 양 씨를 옭아맸고 시는 이를 이용한 것이다.

그렇다면 양 씨가 이 진술확인서를 작성하게 된 과정을 밝힐 필요가 있다. 참고로 양 씨는 2008년 대형교통사고로 뇌를 다쳐 청각 기능을 상실(청각3급 장애인)해 그 후유증으로 인지능력 저하, 정신적 불안 증세, 우울증 등 복합 질환을 앓고 있다. 의학계에서도 ‘뇌를 다친 환자가 정신적 감정 장애가 발생한 경우 일반인보다 자살 확률이 높다’는 보고해 양 씨의 상태는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양 씨가 온전하지 않은 몸으로 회유와 협박에 진술확인서를 작성했다면 문제가 없을까.

시가 2018년 12월 28일, 양 씨와 김 씨를 경찰에 고발한 후 김 씨는 양 씨가 인지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악용해 잇따른 회유와 협박을 노골화했다. 2019년 1월 2일, 김 씨는 “모든 거 대표가 책임지고 환수하겠다고 하면 시에서 끝낼 거 같아요”라고 양 씨에게 책임을 전가시키는 문자를 보냈고 1월 4일 김 씨는 “대표님이 계좌를 주시고 입금시키라해서 했습니다”라고 범죄를 뒤집어씌우는 내용으로 시에 진술했다.  

양 씨에게 보낸 문자를 보면 1월 7일, “모든 거 대표가 책임지고 환수하겠다고 하면 시에서 끝낼 거 같아요. 그렇지 않음 경찰수사 의뢰할 거예요” 1월 8일 11시5분, 구리시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구리시장이 지금 전화 왔는데 사건이 커지기 전에 들어와서 솔직하게 말하라(환수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 11시 23분, “구리시장이 솔직하게 말을 하지 않으면 TV에도 나오게 만들 수 있다”고 양 씨를 협박했다. 또 같은 날 “대표로서 책임지고 환수하겠다고 하세요. 나는 모른다. 센터장이 다한 것이다. 그러심 정말 큰일 나요”라고 어린아이 달래듯 회유했다. 

김 씨는 당시 아동센터 운영위원장(양 씨는 모든 일을 의논할 정도로 의지함)에게도 회유를 했다. 1월 9일, “시에서는 양 씨가 책임진다고 하면 모든 것을 덮겠다고 하니 나하고 내일 시에 들어가 모든 것 책임지겠다고 하면 된다”고 양 씨에게 전해 줄 것을 채근했다. 위원장은 양 씨에게 “김 씨가 다 책임진다고 하니 내일 시에 들어가 용서를 빌면 괜찮을 것”이라고 전한 기록이 나온다.

1월 10일, 양 씨는 시청에 들어가기 전 운영위원장에게 “어제 A씨와 B씨가 시장을 만나 얘기를 잘 나눴다. 과장 결정만 남았다. 대표가 책임지고 회수하면 잘 마무리하는 걸로..”라는 문자를 A씨로부터 받고 과장에게 확인해 달라고 문자를 보냈다. 이날 양 씨는 김 씨와 시청을 방문한 후에도 김 씨의 회유와 협박에 시달렸다.

당시 다른 사무실에 분리돼 있던 김 씨는 문자로 “대표님이 안 시켰다(1월4일 김씨가 진술한 양 씨가 입금시키라고 했다)하면 수사 들어간대요. 대표가 책임진다고 간단히 쓰세요. 많은 얘기 하지 마세요” “운영하다 보니 어려워서...대표가 책임지고 환수하겠으니 선처 바란다고 해야 깊게 조사 안 될거예요”라고 압박해 양 씨가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판단을 흐려 놓았다.

이렇듯 김 씨의 계속된 회유와 협박에 정신적 혼돈을 느낄 때 시의 정 모 팀장은 다짜고짜 A4용지를 들이밀며 “모든 것을 책임지고 환수하겠다”고 불러주는 대로 작성할 것을 종용하자 양 씨는 “내가 왜 책임지고 환수해야 하냐”고 반문했다. 그러자 정 팀장은 “보조금을 횡령한 것 맞지 않느냐”고 윽박지르며 다짜고짜 진술서를 쓰라고 강요했다. 두렵기도 하고 화가 난 양 씨는 무조건 그 자리를 모면하고 싶어 팀장의 요구를 거부하고 자리를 떴다.

그런 상황을 직원으로부터 전해 들은 김 씨는 운영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보조금은 제가 다 변제한다고 했는데 대표가 거부하고 있으니 진술서를 쓰게 도와달라”고 부탁하자 위원장은 “과장과 팀장에게 물어봤는데 김 씨가 환수하겠다고 하니 시에서 하라는 대로 작성해 주어도 괜찮을 것”이라고 말해 양 씨는 마지못해 ‘설립자 양* *가 책임지고 환수하겠습니다. 차후 발생 시도 즉시 환수하겠습니다. 선처 바랍니다. 2018.1.10. 양 * *’라는 내용의 진술확인서를 작성하게 됐다. 얼마나 불안하고 두려웠으면 2019년을 2018년이라고 적었을까. 이게 양 씨가심신미약 하다는 증거다.

양 씨의 진술확인서를 손에 넣자 시는 언론에 이러한 사실을 흘렸고 1월 15일, 언론사 2곳은 ‘설립자가 보조금을 횡령했다’는 내용으로 보도했다. 명백한 오보였다. 이렇게 김 씨와 시는 계획대로 양 씨를 완벽한 보조금반환 대상자로 만들었다. 그리고 시는 1월 17일, 양 씨가 작성한 진술확인서 등을 경찰에 제출했다. 진술확인서를 작성하면 경찰 수사를 의뢰하지 않는다는 김 씨의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오로지 양 씨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술수였다.

그후 경찰은 2019년 3월 18일, 양 씨와 김 씨를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사기, 업무상횡령으로 검찰에 기소하는 한편 시에 행정처분을 의뢰했고 시는 양 씨가 작성한 진술확인서를 토대로 법무법인의 유권해석을 받아 양 씨에게 1억5000여만 원의 보조금 반환명령을 내리게 된 것이다.

이같이 시는 실제로 책임자인 김 씨를 배제하고 양 씨에게서 받은 진술확인서를 단서로 양 씨를 보조금반환 대상자로 몰았다. 여기까지는 김 씨와 시의 계략이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양 씨가 작성한 진술확인서는 효력 가치가, 증거능력이 없다는 게 법조계의 판단이다. 그 이유는 회유와 협박에 작성한 진술서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 때문이다. 따라서 시가 양 씨의 진술확인서를 증거물로 행사한 것은 불법이라는 지적이다.

그 이유는 첫째, ‘진술내용의 임의성이 인정되더라도 서류작성의 임의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그 진술기재 서류는 증거능력이 없다’는 대법의 판례이다. 즉, 외부로부터 부당한 영향이나 압력으로 작성한 서류는 무효라는 얘기다. 세무조사 과정에서 강요로 받은 진술확인서는 증거자료로 사용하지 못한다는 판결도 있다. 양 씨는 앞에서 밝힌 바와 같이 김 씨와 시 측으로부터 온갖 회유와 협박을 받았다. 이 판결은 정상인에게 적용된 것이다. 하물며 양 씨는 청각3급 장애인으로 심신미약한 상태가 아닌가.

둘째, 양 씨가 작성한 진술서의 날짜는 2018년 1월 10일이었다. 이 날짜는 사건이 터지기 1년 전이며 양 씨는 강원도에서 병든 몸을 치료 중이었다. 그런데도 시는 얼마나 진술확인서 확보가 간절했으면 날짜가 틀린 것도 확인하지 못했다. 그리고 날짜가 틀린 잘못된 서류를 여러 곳에 행사했다. 이 진술서가 양 씨에게 반환 명령을 내리는데 결정적 물증으로 작용했다면 시의 엄연한 귀책이다.

셋째, 양 씨가 설사 온전한 정신으로 자신의 의사에 따라 진술확인서를 작성했다고 하더라도 진정의 의미를 확인하기 위해 증명될 그 무엇이 필요하다. 대법에서도 ‘서류작성의 임의성은 증명을 요한다’고 했다. 인감도장이나 인감증명서 등을 첨부시키는 것도 일종의 방편이다. 시는 이러한 절차를 간과했다.

양 씨 대리인으로 인수위에 민원을 제기한 법무법인은 “시가 양 씨에게만 보조금반환을 명령한 것은 담당 공무원의 직무유기이며 공무원이 기자와 결탁해 피의사실을 공표하여 양 씨의 명예를 실추시켰다. 김 씨가 보조금 횡령을 시인했는데도 전 구리시장과 공무원들이 개입하여 양 씨에게 죄를 뒤집어 씌웠다”며 “불우한 아동들을 위해 자비로 센터를 설치한 봉사자의 명예를 회복시켜 주고 관련자들에게 엄중한 문책을 해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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