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
                                                                 

                                                                                       하상만

혼자 앉아 있는 것보다 옆에 커피잔이 놓여 있으면 덜 심심하다
아는 할머니 한 분은 헤이즐넛 커피를 해질녘 커피라고 한다

해질녘

그게 더 예뻐서
사실을 알려주지 않는다

모르고 사는 삶이 더 아름답다
하늘에서 하얗게 내린 눈이
쌓여서 어떻게 푸른 빙하를 만들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런 것들은 세상을 신비롭게 만든다

우주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면서 
왜 만들어졌는지 알 수 없는 삶을 사랑한다
영원히 궁금해할 수 있는 삶

내게 모든 진실이 필요한 건 아니다 

                                           사진 인송문학촌 토문재 문돌이
                                           사진 인송문학촌 토문재 문돌이

하상만 2005년 '문학사상' 신인문학상을 통해 등단했다. '간장' '오늘은 두 번의 내일보다 좋다' '추워서 너희를 불렀다' 등의 시집과 '과학실에서 읽은 시1,2' '문학시간에 읽은 시' 등의 교양서를 썼다. 교단문예상, 김장생문학상 대상, 김구용시문학상 등을 받았고, 쓴 책들은 우수문학도서, 세종도서 문학나눔, 책따세, 독서신문 등에서 추천 도서로 선정되었다. 201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문학창작기금과 2022년 경기문화재단 기초예술창작지원금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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