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강 무렵
                                        양소은
           
    
할매 밥집에 앉아 오후를 바라봅니다
자전거가 지나가고 트럭이 멀어지고
누비옷을 입은 사람이 건너갑니다

황태가 걸려있는 할매 집에는 할매가 없고
길쭉한 형광등이 응시하는 행성에서
할매 집은 우주 어디쯤 가고 있는지

지느러미를 가진 길이 물결로 따라갑니다
발끝이 모여 바닷길이 되었을 
탁자에 바다를 뱉어내는 황태
잘 우러난 국물 속으로
숟가락이 깊어지고 젓가락이 길어집니다

허공이 목 놓는 거리
제 몸을 깎아 바람을 들이는 덕장의 나무틀처럼 
얼부풀어서 한 생애를 내려놓는 황태처럼
수척해진 뒤가 말라가는 소리를 냅니다

시선의 가장자리로 사람들이 걸어옵니다 
등 굽혔다 펴는 허기 속으로 할매 집
철썩철썩 밥알을 품고 행성의 궤도를 돌고 돕니다

                              사진 인송문학촌 토문재
                              사진 인송문학촌 토문재

양소은  2013년 '시와소금' 으로 등단. 시집 '노랑부리물떼새가 지구 밖으로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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