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찾는 것이 나를 찾고 있다

                                                                                                    서하

  비밀번호를 기억해야 할 현관문도, 허구한 날 징징대는 텔레비전도, 눈앞에서 늘 닫혀버리는 지하철도 없다, 모래를 씻어 안쳐도 문제가 되지 않는, 주눅 들지 않은 내 방귀 소리 싱싱하게 터지는, 무당벌레가 비를 피하는 나뭇잎의 뒷면 같은 곳, 나는 무서운 게 없다

  통유리 밖으로 엎드린 송호리 바다의 속살을 만져보기도 하고 골목을 기웃거리도 하고 올망졸망 조무래기 섬들의 눈을 피해 바다 위에다 초막집 짓는 너는 누구니, 첫사랑을 만난 듯 품 넓은 바다를 뛰어다니는데

 검푸른 적막을 찢으며 토순이와 문돌이, 재돌이가 왈, 왈, 왈, 치열하게 논쟁을 벌인다 황토 바른 벽이 눈살 찌푸리는 소리, 흘러내리는 머리칼을 귀 뒤로 쓸어모으며 걸신들린 듯 마음 다해 주워듣는다 이런 젠장, 과감히 떨치고 나온 집이 조곤조곤 말 걸어온다

  일몰 지는 소리에 놀란 하루가 달아나는, 결코 끝은 끝이라 말하지 않는, 땅끝 해남 인송 토문재에서 일주일째 내가 찾는 것이 나를 찾고 있다

서하 경북 영천 출생.  1999년 계간 '시안'신인상 수상. 시집 '아주 작은 아침' '저 환한 어둠'  '먼 곳부터 그리워지는 안부처럼' 2016년 세종 우수도서 선정.
2015년 제33회 '대구문학상 '2020년 제1회 '이윤수 문학상' 2022년 대구문화재단 문화예술지원금 수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