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계양경찰서 계산1파출소 순경 정지훈

112신고가 들어왔다. “남편이 집안 물건을 던지고 난리다.” 라며 여성의 긴급한 신고였다. 
서둘러 현장에 필요한 장비를 소지하고 순찰차를 타고 급히 도착해서 현장을 확인해보니 남.녀가 같이 있었고, 부부사이였으며, 남편이 술에 취해 말다툼 도중에 일어난 사건이었다. 

일단 남.녀를 급히 분리시키고 서로의 진술을 청취한 후 가정폭력에 대하여 충분히 설명하며 처벌의사를 물어보았으나, 처벌하지 않겠다고 했다. “처벌하면 벌금만 나오고, 사이도 안 좋아질텐데 처벌해서 뭐해요...”라는 대답만 흘러나왔다. 그래서 가정폭력에 대해 상담 받을 수 있도록 상담기관의 연락처를 알려드리며 꼭 상담받아보시기를 권유해 드리고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다.

현 정부에 들어와서 4대악 척결을 외치며, 사회 악질적인 범죄들을 정하여 경찰의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것들 중 1가지가 가정폭력이다. 2013년 가정폭력 검거건수를 보면 전년보다 27.9%나 증가한 8726건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가정폭력은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암수범죄라서 훨씬 더 심각한 문제인 것이다. 통계치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런만큼 정부는 공권력을 동원하여 문제의 근본적인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경찰력 즉, 공권력으로 가정폭력의 뿌리를 뽑겠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한계가 있다. 우리 경찰이 가정의 안방까지 들어가는 것은 말 그대로 최후의 수단이 되는 것이다. 경찰력이 개입되어 최후의 수단으로 활용되기 보다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가족간의 화목함을 일으켜 세울 수 있도록 각 가족 구성원간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고 애정을 꽃피울 수 있도록 서로가 노력해야하며, 지나치게 팽배해진 개인주의 의식의 전환이 필요한 셈이다.

정부차원에서의 지원 및 제도의 개선도 중요하다. 당장 부족한 상담소의 확대 및 신설, 그리고 상담프로그램의 활성화를 통한 재범의 방지화, 대화를 통한 치료프로그램도 필요하며, 또한, 국제결혼이 증가하면서 이주여성에 대한 세밀한 대책도 필요하다. 이주여성들의 이야기도 들어줄 수 있고 가정폭력이 범죄라는 인식도 심어줄 수 있는 프로그램의 구성 및 국제결혼의 상대방인 남성의 인식전환도 절실히 필요하다. 경찰력의 집행이라는 최후의 수단보다는 정부 및 사회의 개선방안과 가족구성원 서로간의 보살핌에 대한 적극적 태도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일간경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