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족 안산서 합동 기림상…광화문서 음식나누기 행사도 열려

▲ 추석인 8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유가족이 원하는 특별법 제정 등을 촉구하기 위한 '국민한가위 상, 세월호 가족과 함께 음식 나누기'행사가 열리고 있다.

아이들이 가족들 곁을 떠난 지 146일째 만에 맞는 첫 명절인 추석.  

세월호 유가족들은 추석 당일인 8일 오전 9시께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 희생 학생들이 생전 좋아했던 음식을 올리는 '가족합동기림상'을 차렸다.  

이른 아침부터 각자 검은색 옷과 한복 등을 입고 분향소를 찾은 유가족 300여명은 헌화를 시작으로 집에서 정성스레 준비해온 음식들을 접시에 담아 제단 앞에 따로 마련된 상 위에 두었다. 

아이들을 향한 애끓는 부모의 마음이 담긴 편지들도 눈에 띄었다.

일부 가족은 아직도 아이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흐르는 눈물을 손수건으로 연신 훔치는가 하면 다른 가족들은 떠나간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목놓아 울기도 했다.  

단원고 2학년 3반 故 김빛나라 양의 여동생은 "시간이 지나면 언니를 보고 싶어하는 마음이 덜 할 줄 알았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언니가 더 그리워진다"며 "하늘나라에서 가족들을 지켜달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기림상을 차리고 헌화를 마친 유가족들은 분향소 내 스크린을 통해 10여분간 세월호 참사 관련 뉴스 등을 시청했다.  

한 유가족은 시청하는 내내 오열을 멈추지 못하다가 결국 119구급대원에 실려가기도 했다.  

이날 유족들이 합동 차례를 하지 않은 이유는 아직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한 가족들을 애타게 기다리는 10명의 실종자 가족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단원고 2학년 7반 고(故) 이수빈 양의 어머니는 "아직 진도에서는 실종자들을 기다리는 가족들도 있는데 이렇게 먼저 기림상을 차리게 돼 미안한 마음뿐"이라며 "돌아오지 못한 10명의 실종자가 하루속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제종길 안산시장은 분향소를 찾아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기림상 행사를 마친 가족들은 안산하늘공원 등 추모공원을 둘러본 뒤 오후 4시 30분께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여 '국민한가위상·추석명절 가족과 함께 음식나누기' 행사를 열었다. 

행사에는 46일간 단식을 하다 쓰러져 현재 안산 한도병원에서 회복 중인 '유민 아빠' 김영오 씨도 참석했다. 

단식 농성장 앞에는 색색의 송편과 직접 담근 식혜, 아이들이 좋아하는 초콜릿 등 시민이 직접 마련한 음식들이 한 상 가득 채워졌다.

유경근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 대변인은 "막상 추석 아침상을 차려놓고 둘러앉아서 첫술을 떠보니 내 앞에, 옆에 앉아있어야 할 아이들이 안 보이는 게 또 한 번 현실로 다가왔다"며 "명절을 맞아 음식을 나누면서 한 번 더 기억하고 정을 나누고자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고 전했다. 

김영오 씨는 "이제 웃으면서 싸우자. 저도 먹고 싸울 것"이라며 "특별법에 수사권과 기소권이 부여돼 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끝까지 외쳐서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보자"고 말했다. 

농성장에 모인 가족들은 시민이 준비해온 도시락을 함께 나눠 먹은 뒤 각자의 소망을 적은 배 모양의 풍선을 날리는 '진실의 배' 띄우기 행사에 참여했다.

김영오 씨는 오후 7시께부터 진행되는 가수 이은미 씨 등의 공연을 지켜보다 병원으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유 대변인은 전했다.

이날 행사에는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을 비롯해 정청래 의원,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등 각계 인사들이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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