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공장에서 최고 연구단지인 삼성디지털시티로 변모

글로벌 기업 삼성이 올해로 창립 80주년을 맞았다. 1938년 3월 창업주 이병철이 대구에 삼성상회라는 상점을 열게 되면서 삼성그룹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당시 29세였던 이병철은 경상남도 김해에서 농지 투기에 실패한 후 자본금 3만원(2010년 기준으로 3억원)으로 삼성상회를 세웠다. 삼성의 주력기업인 삼성전자는 1969년 수원에 라디오와 TV 생산라인을 세우면서 출발한다. 삼성전자와 수원의 인연은 내년이면 50년이다. 수원의 삼성전자는 과거 생산단지 일색의 공장이었으나 이제는 연구개발 인력을 중심으로 3만5000명이 일하고 있는 삼성디지털시티로 변모했다. 세계 최고의 연구 단지로 자리잡으며 삼성의 브레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 TV·라디오 생산단지서 ‘첨단 연구개발 성지’ 탈바꿈

삼성전자는 설립 당시 인력이 36명에 불과했으니, 49년 사이 무려 900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1960년대 말 수출 산업의 새로운 주역, 전자사업에 뛰어든 삼성전자는 수원에 대지 12만2000㎡(3만7000여 평) 규모의 사업장을 마련했다. 2018년 현재 삼성디지털시티의 총 면적은172만㎡, 축구장 250개를 모아놓은 면적과 같다. 삼성전자는 여러 곳으로 나뉘어 있으나 본사는 수원이다.

당초 삼성전자의 공장 부지로 부산과 수원, 울주, 양산 지역이 후보에 올랐다. 최종적으로 서울과 이동이 편리하고 지리적 이점이 있으면서 물류확보가 용이한 수원으로 확정됐다. 1968년 45만 평을 확보하고 1969년 1월 설립등기를 마쳤다. 회사 자리는 광교산과 원천천의 영향을 받는 전국 최고의 명당자리로 꼽힌다. 지금의 창립기념일은 1988년 11월 반도체사업을 위해서 신설했던 삼성반도체통신주식회사를 합병한 날이라고 한다.

삼성전자가 수원에 자리잡은 데는 다른 일화가 전해져 온다. 삼성 이병철 회장은 1961년 5.16 쿠데타 이후 수원 출신의 국회의원을 지낸 이병희와 인연을 맺는다. 쿠데타 당시 이병희는 중령으로 중정 서울분실장을 맡고 있었으며 일본에서 귀국하는 이병철 회장을 박정희 소장에게 안내했다. 이병희 중령은 훗날 수원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으며 이 회장 귀국 때 안내했던 인연으로 이 회장을 설득해 삼성전자를 수원으로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이 회장의 자서전 '호암 자전'에 이같은 내용이 들어있다고 한다.

삼성전자는 1980년대 들어 기술 중심 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연구개발 투자에 나섰다. 생산단지에서 연구개발 중심 연구단지로의 변신은 2000년대 들어 더욱 가속화됐다. 2001년 삼성 디지털시티에 지상 27층, 수용인원 6000명 규모의 정보통신연구소(R3)를 세우면서 ‘휴대폰 세계화’를 위한 전초기지를 마련했다. 4년 뒤인 2005년에는 TV를 비롯한 영상디스플레이 사업 일류화의 일환으로 지상 37층에 9000명을 수용하는 디지털연구소(R4)를 세웠다. 이어 2013년, 지상 27층의 2개 동, 1만여 명을 수용하는 모바일연구소(R5)를 완공함으로써 삼성디지털시티는 연구개발을 중심으로 하는 ‘혁신과 창조의 산실’로 탈바꿈하는 대역사의 한 장을 마무리했다.

■ 연구개발·마케팅 인력 3만4000명 고용

삼성디지털시티에는 예전에 있던 생산라인이 대부분 이전되면서, 현재 제조인력 비중은 약 1%에 불과하다. 이처럼 생산라인을 대부분 걷어낸 삼성 디지털시티의 고용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설립 당시 100명에도 미치지 못했던 삼성디지털시티 인력 규모는 지난 2000년 약 1만1000명, 2005년 2만1000명, 2010년 2만8000명, 지난해 말에는 약 3만4000명 수준까지 계속해서 늘고 있다. 삼성전자는 수원, 기흥, 화성의 삼성전자 3개 사업장과 계열사를 포함해 경기도에서 7만여 명의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디지털시티는 회사의 급속한 성장으로 임직원수가 점차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사업장 주변 아파트 단지, 도로, 상권 형성을 통해 수원의 새로운 도심 형성에 기여해 왔다. 실제로 삼성디지털시티에 근무하는 3만4000여명의 임직원 중 71%인 2만4000여명의 임직원들이 수원 및 경기도에 거주하고 있으며, 기흥, 화성사업장 임직원 중 2만6000여명의 임직원들이 수원 및 용인, 화성에 거주하면서 지역사회 일원으로써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해외 들의 방문 시 필수로 방문하는 벤치마킹 장소로 자리매김하며 수원시가 세계적인 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1981년 홍보관 개관이래 현재까지 인도 대통령, 헝가리 대통령 등 국빈급 VVIP만 1000여명이 디지털시티 홍보관을 방문했으며, 이를 통해 경기도와 수원시를 전 세계에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2013년 5월에는 신홍보관인 삼성이노베이션뮤지엄(Samsung Innovation Museum)이 완공되면서는 주요 인사뿐 아니라 지역사회 주민 등 연간 10만명 이상의 고객들이 삼성디지털시티를 찾고 있다.

■ 창의적 공간, 창의적 결실로

‘삼성디지털시티’라는 명칭은 지난 2009년 ‘꿈의 일터 만들기 프로젝트’일환으로 새롭게 붙여진 이름이다. 삼성전자의 ‘심장’이라고도 일컬어지는 삼성디지털시티에는 56개국 3만5000명의 글로벌 인재들이 근무한다.

랜드마크인 오피스타워를 기점으로 131개의 크고 작은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연구실과 사무실을 비롯해 임직원들의 쉼터가 되는 복지시설과 크고 작은 공원들이 위치한다.

삼성디지털시티에는 기상 악화만 없다면 하루에도 몇 번씩 헬리콥터가 뜨고 내린다. 이 헬리콥터는 177km 떨어져 있는 경북 구미 소재 삼성스마트시티의 셔틀 헬기로 이용되고 있는데요. 지상교통편으로 이동하면 4시간 가까이 걸리는 시간을 40분정도 확 줄여, 연구개발과 제조현장의 업무 효율성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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