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에 있는 상지대가 총장 선임을 둘러싸고 또다시 분규에 휩싸였다. 

지난 93년 비리 혐의로 물러났던 김문기 전 상지학원 이사장이 최근 이사회에서 총장으로 전격 선임되자 총학생회가 총장실 점거 농성에 들어가는 등 반발하고 있다. 

상지대 교수협의회도 김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총학생회는 오는 9월 1일 개강직후 학생 총회를 열어 수업거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자칫 사태 악화로 한창 취업준비에 힘써야 하는 학생들의 진로에 피해나 가지 않을까 우려된다. 

김문기 총장은 김영삼 정부 시절 부정입학 등의 혐의로 검찰에 구속 기소돼 대법원에서 1년6개월의 실형을 확정 판결받은 바 있다.

21년 만에 학교에 복귀한 김 총장은 반발이 커지자 담화문을 내고 "상지대가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선정돼 가장 어려운 시기를 마주하고 있다"면서 "책임 경영을 통해 학교의 발전을 꾀하겠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올해 82살의 고령인 김 총장이 과거 비리전력으로 대학 내부 구성원들의 신망을 잃을대로 잃은 상태에서 실질적인 대학의 발전을 주도해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지금이라도 김 총장이 대학의 주체인 학생, 교수들과 진솔한 대화를 통해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합당하다고 판단된다.

상지대의 분규는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김 총장이 지난 73년 운영난이 심한 원주대학을 인수해 상지학원으로 명칭을 바꾸고 이사장으로 취임한 이래 편입생 부정입학과 교수 무더기 재임용 탈락 등 각종 비리와 학내 문제가 끊이질 않았다. 

이 과정에서 학사행정이 수차례 파행을 겪었고 급기야 1992년 7월에는 교수협의회가 331일간 밤샘 농성을 벌이는 등 최악의 분규가 빚어졌다. 

결국 김 총장이 비리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아 이사장에서 물러난 이후 학교는 17년 동안 임시이사로 운영됐다. 

그러나 2007년 대법원이 임시이사회가 정식이사를 선임한 것은 무효라고 판결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교육부 산하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대법원 판결 후인 지난 2010년 김문기 총장이 관여했던 옛 재단의 추천 인사 여러명을 정이사로 선임하면서 김 총장 복귀의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마침내 지난 3월 김 총장의 차남이 상지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했고 이어 김문기 전 이사장의 총장직 선임까지 일사천리로 이뤄지게 됐다.

학문의 전당인 대학에서 오랜 세월 이어지고 있는 분규사태는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 피해가 고스란히 선량한 학생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더욱이 요즘은 취업난이 심해 학생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학문에 힘쓰고 취업준비에 매진해야 할 학생들이 머리띠를 두르고 비리재단 척결을 외쳐야하는 현실을 더 이상 두고볼 수는 없다. 

물론 김총장은 대학의 설립자이고, 그의 총장직이 법률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학운영은 법률뿐 아니라 도덕적, 윤리적 기준에서도 함께 따져봐야 한다. 

사립대학은 일반 개인 기업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개인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대학을 묶어둘 수 없다는 얘기다. 

사학의 건학이념과 철학이 제대로 구현돼 나라의 미래를 열어갈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 정의에 대한 신념, 창의성을 불어넣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사학이 재원의 상당 부분을 등록금과 정부지원금으로 충당하고 있는 점에 비춰 공공적 가치를 부인하기도 힘들다. 총장·재단측과 교수·학생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현 시점에서 사태 해결의 공은 교육부로 넘어갔다. 

세월호 사건이후 정부는 교육 비리를 비롯한 사회 적폐 척결에 나서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왔다. 

총장의 해임요구 권한도 갖고 있는 교육부가 이번 사태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비단 상지대뿐 아니라 사학의 공통된 문제로 귀결될 수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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