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을 옭아맨 세월호 특별법 올가미가 더욱 조여졌다. 어렵게 마련된 여야의 세월호 재합의안은 야당 의원총회에서 추인유보를 당했고, 세월호 유족들은 전체모임에서 정치권 합의안에 대한 반대의사를 더욱 분명히 했다. 여권은 유족과는 거리를 둔 채 야당에 유족 설득을 압박하지만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유족 모임에서 내쳐지며 야당도 한계국면에 몰렸다.

야당의 8월 '방탄국회' 일방소집으로 국회는 22일 문을 다시 열지만 문제가 된 세월호 특별법은 물론 여러 민생 및 경제회생법안의 처리는 더욱 요원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비난이나 책임전가는 이미 한가한 얘기이고, 멈춰선 나라를 다시 움직이기 위한 출구찾기가 더욱 시급해졌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새정치연합은 세월호법안과 민생법안 연계처리 전략을 이제 내려놓아야 한다. 경제를 살리자는 여당 논리나 야당이 국정발목을 잡는다는 비난여론 때문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이제라도 한참 뒤늦었지만 세월호 참사의 가장 큰 피해자인 유족들을 합리적인 관점에서 끌어안고 함께 앞으로 나아갈 시점이라는 점에서다. 재합의안을 반대한 세월호 유족들의 자체투표는 정치권에 대한 총체적 불신을 의미한다.

상설특검에 관한 실정법 규정 취지에 위배해 사실상 야당과 유족측에 특검 추천권을 크게 양보한 재합의안을 넘어 수사권과 기소권을 요구하고 나선 것도 지금과 같은 형태로 움직이는 국가 사법시스템 자체를 믿지못하겠다는 격앙된 정서를 보여준다.

예상되는 경로와 귀결점은 몹시 어둡다. 지방선거와 재보선에서 한 단면이 드러났듯 민심의 피로는 국정공백 상황에 대해 유족들의 요구에 동조적이거나 우호적인 흐름에서 이탈하는 쪽으로 방향성을 가지게될 공산이 크다. 결국 세월호 유족들은 일부 사회세력들과 함께 여론과 민심의 큰 흐름에서 점점 더 유리되는 원심력을 받게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경로 위에서는 우리 모두가 패자가 된다.

우리 사회는 가슴이 무너지는 참사를 당한 유족들을 끌어안지 못하는 얄팍한 밑바탕을 그대로 드러내는 셈이 되고, 유족들은 고립된 채 사회에 응어리를 남기며 또한번 피해자로 남게되는 것이다.

유족들도 그들이 원하는 '진실'이 중요할 뿐 다른 국민의 삶과 생계에 털끝만큼도 피해를 주기를 원치않을 것이라는 당연한 추정에서 보면 이제 정치권은 유족들이 그들의 온당한 행진을 주변의 많은 공감 아래 이어가도록 여야의 정국운영 전략에서 풀어줘야 한다. 세월호와 민생을 계속 한데 묶어두면 그 과실은 엉뚱한데로 흘러갈 뿐이다.

최근 관객동원 신기록을 갈아치운 영화에서 언급돼 회자되고 있는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의 자세는 현시점에서 세월호법과 관련된 모든 당사자들에게도 적확히 들어맞는 경구다. 야당이 죽기살기로 결단해 인질로 잡고있는 민생법안들을 풀어주면 빈손만 남는 것이 아니라 모든 명분을 손에 쥐고 선거패배후의 수세국면까지 일거에 반전시키는 전기를 잡게될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다. 민심과 여당의 압박에 밀려서가 아니라 지리멸렬해보였던 야당의 선제적 결단이 부각되며 가져올 반전효과인 셈이다.

여권에게도 상황은 똑같다. 유족들의 총체적 불신은 그동안 세월호 문제와 관련해 정부와 여권이 보여온 행보가 가져온 업보요, 자업자득이다. 이를 풀수 있는 유익한 통로는 매맞아 죽을 각오로 유족들 가슴 한가운데 들어가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뿐이다.

유족들도 마찬가지다. 자기들만의 셈법에만 밝은 정치권에 대한 기대를 이제 접었다면 먼저 유족들이 얽힌 매듭을 끊어내는 선언으로 민심과의 소통과 결단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여론의 풍향이 바뀔 것이다.

모두 손에 쥔 카드, 절대 놓아서는 안된다고 믿고있는 벼랑 끝 나뭇가지를 놓아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 결단이 어려운 만큼 먼저 움직이는 쪽이 더 큰 민심과 여론을 얻게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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