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예가 서영택

해방이후 우리나라에는 바로 미군이 주둔하였고 모든 정책은 미군정청에 의해 수립되었다. 1945년 11월에는 사회 각 계층의 인사 80여명으로 조선교육심의회(朝鮮敎育審議會)를 조직하고 교과서 분과위원회에서는 한자 사용을 폐지하고 초, 중등 교과서는 전부 한글로 하되, 다만 필요에 따라 괄호( )안에 한자를 병기(倂記)할 수 있다는 결의안을 내놓았다. 이 안이 통과되자 미군정청은 바로 이를 재가하여 각 급 학교의 교과서는 한글전용의 가로쓰기로 출간되었다. 1968년 5월 2일 한글전용 5개년 계획안이 공표되어 초, 중등학교의 한자 교육이 완전 폐지되었다. 이후 1979년 3월 상용한자 1,800자가 확정 발표되었으나 현실적으로는 1,800자 마저도 제대로 교육되지 못한 채 한자는 교육 현장에서 점차 멀어 지게 되었다.

우리말 중의 70%이상을 차지하는 한자어를 제대로 알고 사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한문을 알아야만 한다. 한자교육의 폐지로 인하여 발생하는 문제점은 비단 언어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초, 중등학교는 물론 고등교육의 경우라도 한자를 알아야 우리의 유구한 역사뿐만이 아니라 우리 문화 전반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꼭 필요하다. 진정한 민족 주체성 확립의 길은 한자 교육을 통하여 우리 민족의 문화유산을 직접 접하게 하여 민족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하는 일일 것이다. 

세계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는 우리 한글이 한문의 장점을 더 많이 받아들일 때 오히려 더 발전될 것은 자명한 이치 아닌가? 주지하다시피 세계인구 4분의 1이 한자문화권에 살고 있으며 한국?중국?일본?베트남?싱가포르는 한문권(漢文圈)이며 외환보유액은 60%가량 되는 등 국제사회에서 한문 문화권 나라들의 위상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한자 교육이 없는 40년 동안에 학생들이 사회 전 분야에 한자표기의 오류가 생기게 되었고, 컴퓨터기술이 발달해도 약16만개의 어휘 가운데 대부분이 한자어이고 동음이의어(同音異義語)인 것이다. 한 나라의 발전은 긴 안목으로 볼 때 경제정책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문자정책이다. 학생들이 일간신문을 제대로 읽을 수가 없어 신문읽기를 기피하고 있으며, 대학생들도 국한혼용 서적을 읽을 때 한자는 거의 빼놓고 읽을 뿐 아니라, 부모님의 함자(銜字)도 한자로 쓰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자교육 실시현황을 보면, 현재 서울의 학교 수 587개 학교 중 267개 학교가 실시하고 있고, 인천은 228개학교중 62개 학교가 실시하고 있는데도, 과연 미루기만 해야 될 일인가?. 덧붙인다면 워드프로세싱을 하는 데 있어서도 간신히 한글로 타자해 넣으면 끝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글을 쓰는 데 있어서 한글로 초벌 입력만 하고, 즉 한글로 발음만 적고 끝날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곳에는 한자를 넣는 노력을 해야 ‘읽는 이’들을 향한 ‘쓰는 이’로서의 의무가 끝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중국도 예외는 아닌가보다 1960년대 중화인민공화국에서 중국공산당의 주도로 만들어진 간략화한 한자인 간체자의 문제점이다. 중국에서는 원래의 전통적인 글자를 번체자라고 하고, 대만에서는 정체자라고 부른다. 1956년 「한자간화방안(漢字簡化方案)」이 발표된 후 몇 년 동안의 연구를 거쳐, 1964년 「간화자총표(簡化字總表)」가 발표되었다. 그 후 지금까지 초.중.고.대학에서 50여년간 간체자를 국자로 교육하다 보니 전 국민이 자기나라 역사와 고유문화를 해독할 수 없다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이에 중국 정부와 학자들이 논의를 거듭한 끝에 그 대안으로 전통을 계승하며 번자체를 교육하는 방법으로 채택된 것이 서예(書法)교육이다.

중국 인민정부는 2014년부터 서예교육을 의무화하여 서예를 필수(必修) 과목으로 지정하였고, 모든 초, 중학교에 서예를 교육하고 있다. 중국 교육부에서는 초등학교 1-3학년은 먼저 펜으로 쓰는 훈련을 하고, 3학년이상은 펜과 붓(毛筆)을 겸하도록 하되, 국어 과목에 포함하여 일주일에 1시간 이상을 교육 하도록 지시하였고, 일반 고등학교에서도 서예를 선택과목으로 설치하도록 지시하였다. 

우리나라는 김대중정부 들어 역대 교육부(옛 문교부)장관 13명이 초등학교 한자(漢字)교육 실시를 촉구하는 건의문을 제출했고, 이명박정부 2008년 9월 역대국무총리의 「초등학교 규정 교육과정에서 한자교육」을 촉구(促求)하는 건의서를 제출하였다.

또한 2011년 9월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 진태하회장을 주축으로 한자교육을 위한 천만인 서명운동을 펼쳐 그 명부를 교육부에 제출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국민들의 노력에 힘입어 박근혜 정부는 2018년부터 초등학교 3학년 이상 교과서에 400에서 500자 정도의 한자교육을 실시키로 결정하고 추진하고 있으나 한글학회 등의 반대로 인하여 보류되는 현실을 대다수 국민들은 안타까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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