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빔밥 김선태임종을 앞둔 아버지께서쪽 창가에다 마지막 밥상을 차려 드렸다흰 뭉게구름 쌀밥 위에붉은 고추장 하늘과 달걀노른자 해를 얹어화려하게 비벼놓은 노을 비빔밥아버지는 눈으로 맛있게 드시고황홀하게 목숨을 삼키셨다자식들도 눈물을 섞어골고루 나눠 먹었다김선태 1993년 월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그늘의 깊이' '살구꽃이 돌아왔다' '햇살 택배'등. 문학평론집 '풍경과 성찰의 언어' '진정성의 시학' 등. 시작문학상, 송수권시문학상 등 수상. 현재 목포대 국문과 교수.
적중 김선태지금껏 그의 화살은 세상의 한복판에 꽂히지 못했다늘 조금씩 한쪽으로 치우쳤다.화살은 꼬리가 긴 물고기와 같아서 바람의 저항을 받으며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과녁을 향해 헤엄쳐간다.과녁으로 가는 길은 좌충우돌이다.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그가 다시 활을 당긴다이번에야말로 만파식적의 평정심이 필요하다.팽팽한 시위를 떠난 화살이 과녁의 정중앙을 꿰뚫으며 바르르 떤다마침내 적중이다.와, 모두의 환호성이 터진다.좌도 우도 위도 아래도 아닌 중심은 중도이고 정도이다고요한 무풍지대 태풍의 눈이다. 김선태 1960년 전남 강진 출생. 1993
내 속에 파란만장 김 선 태 내 속에 파란만장의 바다 있어 하루에도 몇 번씩 썰물이 지네 썰물이 지면 바다는 마음 밖으로 달아나 질펀한 폐허의 뻘밭 적나라하네 상처가 게들처럼 분주히 그 위를 기어다니네 발자국들 낙인처럼 무수하네 가만 보니 여(礖) 같은 사랑 하나도 박혀 있네 소낙비라도 올라치면 뻘밭이 제 검은 살점을 잘게 뜯어내며 오열하는 것을 보네 밀물은 만(灣)처럼 깊숙이 패인 가슴속을 철벅이며 오네 잘 삭은 위로처럼 부드럽게 뻘밭을 이불 덮네 그러나 내 속에 밤이 깊을 대로 깊어서 만조가 목까지 차올라 울렁거릴 때 별안간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