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속에 파란만장 

                                        김 선 태 


 내 속에 파란만장의 바다 있어 
 하루에도 몇 번씩 썰물이 지네 

 썰물이 지면 바다는 마음 밖으로 달아나 
 질펀한 폐허의 뻘밭 적나라하네 상처가 
 게들처럼 분주히 그 위를 기어다니네 
 발자국들 낙인처럼 무수하네 가만 보니 
 여(礖) 같은 사랑 하나도 박혀 있네 
 소낙비라도 올라치면 뻘밭이 제 검은 살점을 
 잘게 뜯어내며 오열하는 것을 보네 

 밀물은 만(灣)처럼 깊숙이 패인 가슴속을 
 철벅이며 오네 잘 삭은 위로처럼 
 부드럽게 뻘밭을 이불 덮네 
 그러나 내 속에 밤이 깊을 대로 깊어서 
 만조가 목까지 차올라 울렁거릴 때 
 별안간 무서운 해일이 일어 
 마음의 해안선 전체가 넘치도록 아프네 

 내 속에 파란만장 바다 있어 
 하루에도 몇 번씩 밀물이 드네 

 

 

 

 

 

 

 

 

 

 

 

 

김선태 전남 강진 출생. 월간 '현대문학'에 시와 문학평론 추천으로 등단. 시집 '햇살 택배' 등. 문학평론집 '풍경과 성찰의 언어' 등. 연구서 '목포문학사와 전남시단사' 등. 송수권시문학상, 시작문학상 등 수상. 현재 목포대 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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