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만에 솔로 싱글 '키리에'…10월엔 여자의 삶과 사랑 담은 정규앨범

자우림의 보컬 김윤아(42)는 지난해 말 원인불명의 발성 장애에 시달렸다. 

첫 뮤지컬 도전작인 '레베카'에서도 중도 하차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 

최근 강남구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휴대전화에 담긴 당시의 음원과 영상 파일을 보여줬다. 깨끗하고 청량한 음색이 매력인 그에게서 허스키하고 불특정한 파동으로 흔들리는 소리가 났다. 특히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면서 소리를 내면 잡음이 심하게 섞였다. 고음은 깨끗한 반면 중저음에서 탁성이 심한 것도 이상했다. 

"지난해 12월 특정 음역에서 갈라지는 소리가 났어요. 성대 문제는 전혀 아니라고 해 단순 후두염인 줄 알았는데 상태가 심해졌고 병원 진단에서 원인을 찾을 수 없었죠. '내일은 내 목소리가 나올까' 매일 그랬어요.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너무 컸고 병원에선 일을 놓고 푹 쉬라고 했죠. 지금도 100% 치유된 건 아니지만 정상 소리가 나는 범위가 넓어져 85% 정도 회복됐어요."
 
그는 원인불명의 상황을 겪으며 "무대에 못 설 수도 있겠구나, 내 커리어가 끝났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 "세월호? 어떤 해석이든 정답…아동 학대 뉴스 힘들어" 

다행히 그가 최근 6년 만에 발표한 솔로 싱글 '키리에'에선 이런 증상이 감지되진 않았다. 

지난 2월 tvN 드라마 '시그널' OST 제안을 받아 녹음을 진행하며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그는 "무척 좋아한 드라마여서 '시그널' OST 곡을 꼭 부르고 싶어 녹음을 진행했는데 라이브는 어렵더라도 스튜디오 녹음은 가능하겠더라"며 "한 달 뒤 '키리에' 녹음을 했는데 날씨가 풀리며 경직된 몸의 근육이 풀려선지 좀 더 나은 소리가 나왔다"고 말했다. 

'키리에'는 그의 심리 상태가 담긴 듯 절망적이다. 솔로로 자우림 때와 달리 자신의 어두운 내면을 꺼내 보인 그지만 그간의 솔로곡 '봄날은 간다'(2001), '야상곡'(2004), '고잉 홈'(2010) 때의 정서에서 나아가 바닥을 치는 우울함이다. 

'쉴 새 없이 가슴을 내리치는 이 고통은/ 어째서 나를 죽일 수 없나'란 첫 소절부터 명치를 때린다.
 
뜻밖에 그는 "작년 7월 휴가 가는 비행기 안에서 첫 소절이 떠올랐다"며 "곡 만들고 부르는 사람은 모두 그렇겠지만 나도 살면서 느끼는 것들, 세상의 흐름, 주변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에 영향을 받는데 지금은 희희낙락할 상황이 아니니 나도 그런 흐름 속에서 이런 가사가 떠오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좋아해요. 제 '셀카'를 올리려는 게 아니라 일상 사람들의 글을 보는 걸 좋아하죠. 20대나 30대, 내 또래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꿈을 꾸는지 들여다보는 거죠. SNS는 세상과 통하고 친구를 만드는 창구이죠."
 
어느덧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을 둔 학부형인 그는 특히 아동 학대가 자신을 힘들게 한 뉴스 중 하나였다고 한다.
 
그는 "대학에서도 심리학을 전공해 임상심리사가 꿈이었다"며 "특히 아동 심리 치료에 관심이 많았는데 모성애 때문이라기보다 좋지 않은 일이 있을 때 가장 피해를 보는 건 어린이라고 느껴서다. 일상적인 폭력이 지금도 일어나고 있을 텐데 그런 뉴스를 접하면 며칠 동안 생활이 불편할 정도로 휘둘렸다. 그뿐만 아니라 자연재해, 테러 등의 뉴스를 보면 지금 세상의 큰 흐름이 혼란한 것 같다"고 말했다. 

'키리에'의 분위기를 더욱 처연하게 만드는 건 전면에 배치된 기계음이다. 이 잡음은 리듬 악기처럼 리듬에 맞춰 진행된다. 그는 이전 곡 '이상한 세상의 릴리스'에서도 이 기계음을 썼다. 

그는 "중환자실에서 나는 산소호흡기와 기계음 소리"라며 "초등학교 때 아버지가 편찮으셔서 학교에서 돌아오면 집에 구급차가 와 있는지부터 체크했다. 아버지가 입원하면 나와 동생은 아는 집을 전전하며 더부살이했다. 중환자실에서 아버지는 호흡기를 달고 괴상한 소리를 내고 계셨다. 2000년에 결국 다른 병으로 돌아가셨는데 친가 아버지 형제들이 몇 년 간격으로 같은 암으로 돌아가셔서 그런 일상은 나에게 특별하지 않았다. 이 소리를 자꾸 사용하는 것도 내 정서의 일부인 것 같다"고 말했다. 

'키리에'를 온전히 들으면 세월호 참사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뭔가 상실감이 있는 이들의 경험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여지는 있다. 

"딱히 메시지는 없어요. 음악은 제 손을 떠나면 대중이 상황에 따라 대입하니까요. 어떤 메시지라고 말하는 건 학교에서 시를 배울 때 하는 얘기이죠. 세월호든 어떤 상실감을 준 일화나 사건을 떠올려 공감한다면 모든 반응이 정답이죠."
 
◇ "음악, 세상 바꿀 힘 없지만…그래도 음악해서 다행" 

그는 올해로 20년째 음악을 하면서도 "어릴 때부터 음악으로 밥을 먹고 살 거란 알량한 생각을 한 적도 없고, 음악이 세상을 바꿀 힘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솔직한 고백도 했다. 

"음악을 하는 사람은 딴따라예요. 사회를 개선하려고 의무감으로 계몽해야 하는 사람은 아니죠. 희망을 주고 미래를 밝게 보도록 만들어주는 건 다른 직업이 해야 할 일이죠. 단지 음악 하는 사람은 밝고, 어두운 이야기로 공감을 얻는데 모두 인간이 행복해지고 싶어한다는 한 가지 이야기죠."
 
그는 요즘 같은 세상과 생각의 흐름에서 즐겁게 노래하고 공연하는 게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특히 자우림 9집(2013)을 만들면서 피로감을 느꼈다고 했다. 아이돌이 주류인 음원 시장이 회의감에 영향을 줬느냐고 묻자 "나나 자우림 모두 음원차트 성적이 좋은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재작년 슬럼프가 와 악기를 전혀 안 잡다가 작년 봄 작업실 건반 앞에 앉아 노래하니 좋더라"며 "사람 팔자가 정해져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음악을 해서 다행이란 생각도 했다. 제 남편(치과의사 겸 방송인 김형규)이 최근 방송 활동을 재개했는데 저와 달리 방송에 재능있고 다시 즐거움을 찾는 것도 운명"이라고 웃었다. 

그는 앞으로 선보일 음악에도 유쾌한 얘긴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오는 10월 정규 앨범을 낼 계획으로 대략의 곡은 만들어진 상태다. 솔로로는 여자로서의 시선을 오롯이 담은 그답게 이번에도 여자로 살고 사랑하는 이야기를 한다. 

"여자 창작자이니 여성의 결이 느껴지리라 생각해요. 전체적으로 팝 성향의 음악인들인데 여자로 살아가며 느끼는 것들을 노래합니다."
 
그는 아직 발성 장애의 공포가 사라지지 않아 2~3달이 걸리는 뮤지컬 재도전은 답하기 어렵다며 정규 앨범을 낸 뒤 2주가량 소극장 공연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내년에는 자우림으로 행보를 이어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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