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경기은행’… 경기도와 협의 시작

▲ 1998년 6월 퇴출은행으로 결정된 경기은행의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본점 건물 (일간경기=연합뉴스)

경기도에 예전의 '경기은행'같은 지방은행인 가칭 '경기도민은행'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남경필 도지사 당선인 혁신위원회와 경기도가 경기도민은행 설립 공약을 실천하기 위한 협의에 들어가면서 주목받고 있다.

남 당선인은 후보시절인 지난달 25일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열린 '중앙당 -경기도당 선대위 연석회의'에서 "IMF 외환위기 당시 한미은행에 팔려버린 경기은행을 다시 설립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도는 기업이 많은 곳으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자금 대출 등을 통해 따뜻한 경기도를 만들 수 있도록 경기도민은행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제안했다.
도지사 첫해 은행설립을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듬해 자금을 모아 셋째 해에 은행설립을 마무리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현재 남 당선인 인수위 성격의 혁신위원회와 경기도가 경기도민은행 설립을 위해 협의 중이다. 경기도는 일단 경기도민은행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20일 "서민의 학자금 대출과 소상공인의 자금대출 등 서민의 삶에 꼭 필요한 금융서비스를 제대로 못 받고 있다"면서 "경기도민은행은 도민이 적재적시에 양질의 금융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말했다.

경기도민은행의 자금 규모, 금융서비스 내용 등은 혁신위와 경기도가 의견을 모아 정하게 된다. 혁신위는 올해 연구용역과 전문가 의견 수렴 등 준비작업을 거쳐 내년에 자금을 모으고 나서 도지사 3년차인 2016년에 은행을 설립한다는 구상이다.

지역 상공회의소, 도내 은행 등 각 경제주체와 도민이 참여해 수익성과 공공성을 결합한 모델로 만드는 것이 기본 계획이다. 경기도민은행 설립에 대해 소상공인 관련 기관의 의견은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도내 A시 소상공인 지원기관의 한 관계자는 "지방은행의 설립취지가 지방을 위한 것이므로, 은행이 하나 더 생기면 그만큼 선택의 폭이 넓어져 소상공인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부실로 연결되면 결국 피해는 도민이 입을 것"이라며 "옛 경기은행의 시행착오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은행은 서울과 경기지역을 영업기반으로 두는 인천의 지방은행으로, 1998년 6월 29일 금융감독위의 전격적인 발표로 퇴출당해 한미은행에 인수됐다.
경기은행은 당초 지방경제력을 바탕으로 지방은행 중 상위권을 유지했으나 1997년 잇따른 대기업의 부도사태로 부실여신이 증가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경기도는 경기은행에 중소기업구조조정 자금과 수출지원기금, 아파트형공장 지원자금 등 5천397억원을 예치하고 있었고, 광명·과천·구리·의왕 등 도내 4개 시의 시금고를 맡고 있었다.

B시의 소상공인관련단체 관계자는 "은행을 설립하는 것은 소상공인에게 별로 도움이 안 된다"면서 "부실은행이 돼 구조조정을 당할 수 있으니 '미소금융'이나 경기신용보증재단 대출업무가 제대로 잘 돌아가게 하는 편이 낫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남 당선인 혁신위 관계자는 "비즈니스를 하려면 금융이 필요한데 경기도에는 제조업만 있다"면서 "서민금융서비스 강화뿐 아니라 1천250만 인구의 경기도에 자체 금융시스템을 구축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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