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연합뉴스 제공)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이사회 승인 없이 정보통신기술(IT) 업체에 투자했다가 10억엔(약 95억원)에 이르는 손해를 보고 해임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익명을 요청한 일본 롯데홀딩스 고위 관계자는 22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신 전 부회장은 중대한 '컴플라이언스(compliance·규범 준수) 위반'으로 지난해 12월 일본 롯데의 모든 직위에서 해임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상품정보 관리 시스템 개발을 위해 신 전 부회장이 지인이 운영하는 한 소규모 IT 시스템 개발업체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 투자 안건이 이사회에 보고됐을 때 사업 성공 여부가 불투명해 위험 부담이 있다는 의견이 나왔고, 이에 따라 이사회는 투자액에 상한선을 두기로 결의했다.

그러나 신 전 부회장은 이사회가 정한 예산을 초과해 투자했을 뿐 아니라 이사회 결의와 사내 승인 없이 스스로 초과분에 대한 예산 품의를 결재했다.

당시 투자로 손해를 본 금액은 약 10억엔이며 이 같은 사실은 일본 롯데 사내 감사에서 적발돼 이사회에 보고됐다.

이를 계기로 신격호 총괄회장은 서울 롯데호텔 34층에 있는 자신의 집무실로 신 전 부회장을 불러 일본 롯데 임원직을 모두 그만두라고 직접 지시했다.

당시 신 전 부회장이 해임 통보를 받고 나오면서 만난 일본 롯데 관계자에게 "해임됐다"고 말해 이러한 사실이 일본 롯데 임원에게도 보고됐다고 한다.

해임 지시 이틀 후 신 총괄회장은 일본 롯데의 상무 이상 임원 5명도 서울로 불러 신 전 부회장을 모든 직위에서 해임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신 전 부회장은 작년 12월 26일 임시 이사회에서 일본 롯데그룹 부회장, 롯데상사 부회장 겸 사장, 롯데아이스 이사직에서 한꺼번에 해임됐다. 이어 올해 1월 8일 지주회사인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서도 전격 해임됐다. 

일본롯데홀딩스 고위 관계자는 "금액보다 절차의 문제"라며 "신 전 부회장이 회사에서 필요한 절차를 완전 무시하고 본인 마음대로 투자를 승인한 게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IT 업체 투자 건이 해임에 방아쇠를 당겼지만 그전부터 경영자로서 신 전 부회장이 지닌 자질에 많은 임원이 의문을 품고 있었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예를 들면 거액의 기업 인수합병(M&A)을 진행하면서 신 전 부회장은 인수 금액이 타당한지 등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고 계약 당사자로서 요건을 갖추지 않았는데도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고 지적했다. 

고위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이 문제의 IT 업체를 통해 직원 이메일을 무단으로 열람한 사실도 작년 12월 해임 후 밝혀졌다"며 "그가 경영해도 괜찮을지 걱정하던 와중에 그런 일(IT 업체 투자)이 일어나 결과적으로 임원 모두 그의 해임에 찬성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종업원지주회를 포함한 일본 롯데 직원들이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 체제를 공고하게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직원들은 신동빈 회장과 현 경영진을 신뢰하고 있다"며 "새로운 경영진 체제가 되고 나서부터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업무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지난 3분기 이익도 큰 폭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앞으로 신동주 전 부회장이 종업원지주회 지지를 받을 가능성을 묻자 "올해 열린 3번의 주총에서 모두 종업원지주회는 신동빈 회장과 현 경영진을 지지했다"며 "새 경영진 체제 들어 실적이 좋아져 경영진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한편 신격호 총괄회장의 건강 상태에 대해서는 "지금 총괄회장을 직접 뵐 일이 없어서 현재 건강 상태에 대해 답하기는 어렵지만, 상당히 고령이어서 임직원들이 총괄회장 건강을 걱정하고는 있다"고 전했다.

일본롯데홀딩 측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신 전 부회장 측은 '음해'라고 규정했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이런 음해에 따른 신 전 부회장 해임은 그로부터 반년 후 있게 되는 신 총괄회장의 해임과 연장선상에 있다"고 주장했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이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중국 사업 실패로 인한 막대한 투자손실을 은폐하고 롯데홀딩스 자금으로 이 손실을 메우려 했다"고 맞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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