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개막한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스콜피언스·故 신해철 무대

▲ 7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17회 서울드럼페스티벌에서 화려한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하 펜타포트)이 막을 연 7일 무대의 주인공은 한국과 독일의 두 레전드였다. 헤드라이너(간판 출연자)인 스콜피언스와 추모 무대가 마련된 고(故) 신해철은 레전드답게 인천에 모인 관중을 완전히 열광시켰다.

작년 10월 세상을 떠난 '마왕' 신해철은 이날 펜타포트에 마련된 추모 무대에서 그가 이끌었던 밴드 넥스트와 함께 팬들에게 돌아왔다.

오후 8시 30분 신해철의 추모 무대가 마련된 '드림 스테이지'에는 관중이 물밀듯이 모여들었다. 
 
넥스트의 김세황, 김영석, 이수용과 스키조의 주성민이 밴드를 맡은 가운데 이현섭, 홍경민, 노브레인의 이성우, 크래쉬의 안흥찬, 시나위의 김바다가 신해철의 자리를 대신했다.

그러나 관중에게 이들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무대 뒤 화면에서는 무한궤도 시절부터 마지막 솔로 앨범까지 신해철의 생전 모습을 담은 영상이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 밴드 아즈버스가 7일 인천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린 '2015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서 열띤 공연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후배들은 떠난 선배의 노래를 누구보다 열창하면서도 오버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선배와 팬들이 함께 떠나는 추억여행을 방해하지 않기 위한 배려였다.

신해철과 마지막까지 함께했던 넥스트는 '도시인',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이중인격자' 등 밴드 곡은 물론 '안녕', '그대에게' 등 신해철의 초기 곡까지 관객에게 선사했다. 주최 측의 설명대로 다양한 장르에서 천재적인 음악성을 보여준 신해철의 음악인생 전반을 추억하는 자리였다.  

관중은 뜨겁게 환호했다. 특히 추모 무대의 마지막을 장식한 '그대에게'가 흘러나올 때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팬들은 '이 세상 어느 곳에서도/ 나는 그대 숨결 느낄 수 있어요/ 내 삶이 끝나는 날까지/ 나는 언제나 그대 곁에 있겠어요'라는 후렴구를 '떼창'하며 마왕을 추억했다.  

노브레인의 이성우는 "하늘에서 무대를 보고 있을 형도 여러분처럼 신이 났을 것"이라고 호응했다.  

땅이 울릴 정도로 발을 구르다가 '그대에게'가 나오자 눈물을 짓는 팬들도 여럿 있었다. 무대를 보던 김지연(35) 씨는 "아직도 신해철 오빠가 하늘나라에 있다는 게 믿기질 않는다"며 "갑자기 이 노래를 들으니 뭉클해졌다"고 말했다.  

곧이어 메인 스테이지에 이날의 헤드라이너인 스콜피언스가 올랐다. '살아있는 록의 전설'로 불리는 스콜피언스는 30도가 넘는 더위에도 팬들을 더 뜨겁게 달궜다.

1965년 기타리스트 루돌프 솅커를 중심으로 독일 하노버에서 결성된 스콜피언스는 1970~80년대 전성기를 구가한 그룹으로, 전세계 1억 장 이상의 음반 판매고를 기록했다.

올해 50주년을 맞은 스콜피언스는 지난 2007년 내한공연 이후 8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스콜피언스는 이날 록의 전설이라는 말에 걸맞게 강렬한 기타와 드럼 소리 속에서 사이렌과 함께 등장했다.  

보컬 클라우스 마이네는 환갑이 넘은 나이가 믿기질 않을 정도로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무대를 휘어잡았다. 1970년대로 돌아가 공연하겠다고 밝힌 그는 한국어와 영어를 번갈아가며 "한국에 돌아와 기뻐요", "한국 사랑해요"를 반복했다.

루돌프 솅커와 마티아스 잡스가 몸을 아끼지 않고 연주하는 기타는 여전히 귓속을 파고들었다. 베이스의 파월 마시워다는 쉴 새 없이 무대를 뛰어다녔고, 드럼의 제임스 코탁은 헤드뱅잉(음악에 맞춰 머리를 흔드는 행위)을 멈추지 않았다.

기타와 드럼이 만든 굉음이 울릴 때마다 관중은 몸을 흔들고, 함성을 질렀다. 이런 관중에 화답하듯 스콜피언스 멤버들은 태극기를 들고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스콜피언스는 공연 중간 중간 록에 대한 애정을 내비쳤다.

클라우스 마이네는 "올해가 50주년인데 믿기질 않는다"며 "많은 부침을 겪었지만. 우리가 지금까지 유지할 수 있었던 건 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올해 초 발매한 정규앨범 '리턴 투 포에버'(Return To Forever)에 수록된 '위 빌트 디스 하우스'(We Built This House)를 부르기도 했다,  

무너진 베를린 장벽에서 '윈드 오브 체인지'(Wind Of Change)를 불렀던 이들은 이날도 한국 관객과 함께 이 히트곡을 열창했다. 클라우스 마이네는 "컴 온 코리아"(Come on korea)라며 '떼창'을 유도했고, 후렴구는 아예 관객에게 맡겼다. 이들이 왜 록의 레전드인지 입증하는 무대였다.  

최고의 뮤지션들이었지만 이날의 복병은 날씨였다. 밤에도 30도가 넘나드는 더위에 관객들은 뛰면서 부채를 부치는 보기 어려운 광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날씨보다 더 뜨거웠던 것은 바로 음악 열정이었다. 올해 펜타포트는 이렇게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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