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先사의표명, 後처리' 방안도 구체적 방법론으로 대두

▲ 이완구 국무총리가 2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여권이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휘말린 이완구 국무총리의 거취 문제와 관련, 박근혜 대통령의 순방 귀국 전에 자진사퇴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당초 박 대통령의 순방기간(16~27일) 검찰 수사와 여론 추이 등을 지켜본 뒤 27일 이후 결론을 내리자는 방침이었지만 그럴 경우 자칫 향후 국정운영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냉정한 현실 인식에서다.

연일 새로운 의혹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면서 여론은 급격히 악화되는데다 급기야 야당이 총리 해임건의안 카드까지 던지고 여당 내부에서도 사퇴 불가피론이 확산하는 형국에서 박 대통령의 귀국까지 기다리다간 그야말로 '만지시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고위관계자는 2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제 이 총리에게 남은 길은 자진사퇴하는 것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 총리가 사퇴 요구를 안 받겠다고 버티고 있으니 난감하다"면서 "이번 주말에 자진사퇴 의사를 밝히고 박 대통령이 귀국한 뒤에 처리하는 그런 모습도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리가 일단 국정운영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히고 있고 본격적으로 검찰 수사도 받기 전이지만 그 결과와 무관하게 정치적인 책임을 지고 조기에 자진사퇴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한 핵심 당직자도 "가장 좋은 방법은 이 총리가 스스로 사퇴 의사를 표명하면서 박 대통령 귀국 때까지 국정을 흔들림없이 챙기겠다는 뜻을 밝히는 것"이라면서 "현재로선 다른 대안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 해외순방 기간 전격 사퇴할 경우 국정공백과 혼란을 감안해 내부적으로 정리작업을 한 뒤 박 대통령 귀국 직후 최종 결단을 내리는 모양새를 취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도 있지만 이미 어떤 식으로든 사퇴가 기정사실화한 상황에서 더이상 기다리기 어렵다는 게 여권 내부의 지배적인 기류다.

이 당직자는 "오히려 총리가 자진사퇴 의사를 밝히는 게 국정을 안정시키는 데 더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 "지금은 검찰 수사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당직자는 "박 대통령 귀국 이틀 후에 4·29 재·보궐선거가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라면서 "빠른 시일 내에 자진사퇴 의사를 밝히고 대통령이 귀국 후에 사의를 수용하는 게 좋은 모양새"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 총리의 거취와 관련해 박 대통령이 출국전 언급한 대로 "귀국때까지 기다려 보자"던 청와대 기류도 주말을 기점으로 급격히 변하는 양상이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총리도 자기 명예가 있으니 나름대로 명예로운 방법을 찾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이 총리의 자진 사퇴 필요성까지도 염두에 둔 발언으로,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이 총리 거취 문제가 대두된 이후 청와대에서 '명예로운 출구' 문제가 거론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총리 거취에 대해 예단할 수 없다던 청와대 기류가 변화하는 것은 의혹이 해소되기는 커녕 더 확산되면서 사퇴를 촉구하는 여론이 커지고 '대통령 부재중 총리직을 유지해야 국정공백을 막는다'는 논리의 입지도 좁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청와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 총리에 대한 추가 의혹이 계속되는 것에 대해 "이미 총리는 (비에) 다 젖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여기에는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사퇴 여론이 제기되면서 국정 운영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개혁과제 추진에도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도 고려된 것으로 분석된다.

저작권자 © 일간경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