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시장 토리
                                 

       

                                                              김명석

제자리로 돌아와야 하기에 둥글게 도는 시간이 뭉쳐진 타래에서
한복사가 시분초를 뽑아내어 패션을 짜고 있다
손가락을 돌돌 말 때마다 과거와 미래가 엮이는 현실에서
빛과 그늘이 갈등하며 모자이크된다
시간을 마름질하고 다림질하는 하루가 옷단을 스친다

해에서 뽑은 햇빛과 달에서 뽑은 달빛으로 엮은 그물망에 걸려
어물전에 명줄을 다 풀지도 못한 생선들이 눈을 부라리고 있다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한 건어물들의 내장과 뼈가 열화되고
조개들이 기포를 쏘아올리며 생존과 교감하고 있다

둥글게 둥글게
살아야 하는 맷돌에 맷손이 시간을 돌리며 숨을 불어넣어
맷방석의 짓무른 상처에 연고를 바르고 있다
녹두꽃이 진 자리에 빈대떡이 모난 세상을 둥글게 만들고
철판에 가락이 부쳐질수록 흥이 더해진다

전방위를 아우르는 타래에서 풍기는 냄새를 따라
발길들이 감겼다 풀어지는 반복 속에
햇빛과 달빛이 엮이며 청실홍실이 된다

                                              사진 신재복.
                                              사진 신재복.

 

 

 

 

 

 

 

김명석 1961년 서울 출생. 수도중학교 제1회 백일장 운문부 차상. 제10회 기독교문예 단편소설 부문, 제11회 기독교문예 시 부문 신인작품상. 한국기독교작가협회, 한국문인협회 회원. 시집 '동행길' '생의 언저리에서' '바지랑대 자모' 장편소설 '밀레니엄 그 후' '후회 없이 돌이키지 않게' '반달' 단편소설집 '호루라기' 등 출간

저작권자 © 일간경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