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옥

무언을 담는냐에
이름표를 달고
병속에 함몰된 시간을 품고 있다

당신의 살위에
내살을 포개서 가두워
숙성 되면서 온도를 잰다

꽃병도 되고 꿀병도 되었다
술병도 되어 취해 비틀 거린다
물고기 병이 되어 바다향이 넘실 거린다

검은 곰팡이 번식하는 병
독을 우려낸 진국처럼
허물을 부딪치면서 슬퍼한다

병속에 사연이 많은 것
말복더위에 흐르는 땀방울 섞어가며
허덕이며 지친 노인네 숨소리만
텅텅 비워 있는 병
고달픈 내 어머니의 
삶의 모습이 담긴 빈 병이었다

                               농부화가 김순복.
                               농부화가 김순복.

 

 

 

 

 

 

 

 

 

 

 

 

 

 

 

 

 

장경옥 경기 수원출생, 국보문학을 통해 문단에 나옴, 경기시인, 수원문인협회 회원, 시집 '파꽃'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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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 #장경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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