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릇

                                 

                                김찬옥

해가 져야만 달이 피어나지
달이 져야만 해가 피어날 수 있지
한 뿌리를 두고도 잎과 꽃이 만날 수가 없지

잎이 땅 속에서 거름이 될 때
꽃숭어리들이 바닥을 차고 솟아올라 
태양의 후예가 되었지 

허공 층에 꽃 뭉치를 굴리며
붉은 색실을 올올히 풀어헤치다가 
산사에서 날려 보낸 덫에 귀가 걸렸지
 
선운사를 빨갛게 달군 
절간 모퉁이에서, 나는 들었지 
상대의 발아래 엎드려 두 손 모은 잎의 기도소리를  

 

 

 

 

 

 

 

 

 

 

 

 

 

 

 

김찬옥 1958년 전북 부안 출생. 1996년 현대시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물의 지붕' '벚꽃 고양이' '웃음을 굽는 빵집' 수필집 '사랑이라면 그만큼의 거리에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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