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맑음
문순자
바다에 반쯤 잠겼다 썰물녘 드러나는
애월 돌염전에 기대 사는 갯질경같이
한사코 바다에 기대
서성이는 생이 있다
그렇게 아흔아홉 세밑 겨우 넘겼는데
간밤엔 육십년 전 돌아가신 할머니가
아기 젖 물리란다며 앞가슴 풀어낸다
사나흘은 뜬눈으로, 사나흘은 잠에 취해
꿈속에서도 꿈을 꾸는 어머니 저 섬망증
오늘은 어쩌다 맑음
요양원 일기예보
문순자 1957년 제주 애월 출생, 1999년 농민신문신춘문예 시조 당선. 시집 '아슬아슬' '파랑주의보' 시선집 '왼손도 손이다' ,5인 사화집 '가랑비동동' 등, 노산시조문학상, 한국시조작품상 등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