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폐사지에서
석연경
흰 소떼가 승무를 추며 내린다
성전에서 울려 퍼지던 범패소리가
부신 은빛 구름으로 흘렀던 것인데
저물녘 사찰숲에 머물던 달이
은빛 달 무리로 그윽히 내리네
새 깃털옷 갈아입은 독수리가
비아의 흰 나무에 앉아
동맥과 정맥의 푸른 길을 바라보네
하안거 뜨겁던 태양이 무르익어
쌓인 눈송이마다 작열하듯 빛나고
대웅보전 대들보에 새기는 금일 금시로
둥근 달빛 스미고 흰 소떼 사라진다
석연경 2013 '시와 문화' 시, 2015 '시와 세계' 문학평론 등단.
시집 '독수리의 날들' '섬광, 쇄빙선' '푸른 벽을 세우다' 등이 있음
송수권시문학상 젊은시인상, 연경인문문화예술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