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눈
김정조
시베리아 하얀 달빛 쏟아지는 자작나무 숲
은빛 나뭇결을 닮은 바람의 빛
바람은 바람을 낳아 은밀히 몸집을 키우고 있네요
밤마다 달빛을 품어 비밀을 만드는지
회오리의 눈도 보았습니다
자신의 모태가 자작나무 숲이라는 것
그들도 무수히 퍼지는 씨앗과 같은 존재라는 것
혹독한 바람따라 달리는 벌판의 늑대
달빛을 향해 짖어대는 늑대의 삶도 바람 같은 것
짐승도 늘 슬픈 공복이 기다리고 있듯이
바람도 허기를 못견뎌 몸부림칩니다
바람을 만나러 왔으나 바람에 날리는 내 영혼
내 몸도 한바탕 회오리에 날아갑니다
햇살 부서지는 곳으로 씨앗처럼 날아갑니다
김정조 1954년 대전출생, 2003 안성문학으로 작품활동, 문학나무숲 시인상, 미소문학 시인상, 한국시인협회 회원, 한국여성문학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방송통신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시집 <따스한 혹한>
일간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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