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슬재를 지나며
이 보 영
허기진 내 영혼을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뒤틀린 가난을 따라 한 계단 올라서며
아버지 걸어가시던
슬픈 안부 묻는다
주름진 세월너머 메아리만 들려온다
먼 강을 휘돌아 파도소리 부서지고
동백꽃 붉은 웃음도 꿈결인 듯 아득하다
썼다가 지워버린 시간의 문신에는
옛길로 가는 길이 아리도록 새겨졌다
오늘도 파문이 일면
하얀 포말 솟는다
이 보 영 1953년 전남 해남출생, 본명 이현숙 2002년 시조세계 신인상, 중앙일보 학생시조백일장 우수지도교사상, 국제PEN광주문학상, 전남예술상, 무등시조문학상, 전남문학상, 시집 '물소리가 길을 낼 때' '나직한 목소리' 우리시대 현대시조선 '따뜻한 유산', 한국시조시인협회 운영위원으로 있다.
일간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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